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문제가 논의된 것과 관련, 미국 백악관 인사가 한국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AIIB 설립을 놓고 중국이 미국, 일본과 힘겨루기에 나선 가운데 미국이 공개적으로 한국 가입을 만류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시드니 사일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담당 보좌관은 7일 “인프라 투자개발을 위한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이미 있고, AIIB가 두 은행의 높은 기준을 이행할 수 있을 지 불분명하다”며 한국은 가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방한에서 한국에 AIIB 가입을 요청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확답을 주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이 AIIB 설립을 통해 아시아지역에서 미일의 경제주도권에 대항하려는 것으로 보고 반대하고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는 일본이 아시아경제 주도를 위한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을 시도했지만 미국 반대로 무산됐다.
사일러 보좌관은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이 동북아 안정을 위한 중요한 진전을 봤다”며 “미국은 한중 우호관계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와 한중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고, 한국이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중 밀월에 따른 한미관계 손상 우려를 일축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은 역내 대화를 장려한다”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서도 “국무부와 국방부는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사일러 보좌관은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투명하게 추진하고, 한국 등 주변국에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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