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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초장부터 '상생' 저버린 춘천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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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초장부터 '상생' 저버린 춘천시의회

입력
2014.07.0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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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성 기자/2014-07-08(한국일보)
박은성 기자/2014-07-08(한국일보)

강원 춘천시의회가 개원과 동시에 파행을 겪고 있다. 자리싸움 때문이다. 불과 한달 전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한 표를 읍소하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정치적으로 도약의 발판이 되는 의회 내 요직을 차지하려는 모습에 미간이 찌푸려진다. 개원 전 약속한 ‘상생의회’는 말 뿐이었다. 민의(民意) 전당이 아니라 난장판이었다.

파행의 시작은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일 의원이 새누리당 표를 규합, 11표를 얻어 한 표 차이로 의장직을 차지하면서부터다. 앞서 다수당인 새정지연합은 지난 4일 의원총회를 열어 3선의 이원규 의원을 만장일치로 의장후보로 정했다. 의외의 결과가 나오자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모두 퇴장한 뒤 “춘천시의원들의 상생정치 의지는 의장자리에 눈이 먼 김영일 의원의 해당 행위로 물거품이 됐다”며 “의장직을 즉각 사퇴하고 춘천시민들에게 석고대죄하라”고 맹비난했다.

의장이 된 김 의원은 “이번 결과는 ‘교황식’ 선출방식에 의한 것”이라며 “본의 아니게 춘천시의원들에게 상처를 드린 것에 사과 드린다”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역시 “야합이나 이면 합의는 없었다”고 일각에서 제기된 의혹을 일축했다.

이 과정에서 ‘야합’과 ‘파렴치’ ‘배신’ ‘권모술수’등 낯익은 단어가 등장했다. 구태가 어김 없이 반복된 것이다. 심지어 새누리당 소속 한 의원이 본회의에 앞서 ‘좀 전 회의에서 새누리당은 당신을 밀기로 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김 의원에게 발송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4년 전에도 시의장 선출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춘천시의회는 이번에도 역시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번 의장선거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합의가 존중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원총회의 약속이 깨지면서 기대했던 아름다운 추대, 상생의 정치는 물 건너 갔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욕심만 채우기 급급해 겉과 속이 다른 행태를 보인 셈이 됐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시민들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을 것이란 의구심마저 든다. 정치인이 갖춰야 할 제1의 덕목인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행복이라는 큰 명제를 충족시키기 위한 ‘통 큰 정치’를 지방의회에서 기대하기는 아직도 무리인가.

박은성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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