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기준만 지켰더라면…" 곳곳서 탈법 편법 드러나
감사원 "공무원 40여명 엄중문책…연안선박 안전방안 마련"
세월호 참사는 여객선 안전관리부터 초동대응, 상황통제 미숙 등 정부의 부실한 재난대응역량으로 인해 인명피해 규모가 더욱 커진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확인됐다.
무려 293명의 사망자와 11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이번 참사에 청해진해운 및 세월호 선원들의 무리한 선박운항 및 무책임뿐만 아니라 정부의 '주먹구구식' 허술한 대응도 상당부분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번 감사는 특히 그동안 언론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과 문제점들을 감사원이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는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은 세월호 도입·선박검사·출항전 안전점검 등 관리·감독실태와 사고발생 전후 해상관제 및 초동대응·구조활동 적정성, 정부의 재난대응체계 관리·감독 실태에 대해 중점적으로 감사를 벌였다.
◇안전 핵심요소 조작된 채 운항승인
우선 세월호는 애초 사고가 발생한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될 수 없는 배였던 것이 이번 감사결과 확인됐다.
운항 승인 자체가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의 부실업무 때문에 이뤄진 것이 감사결과 밝혀진 것.
감사원에 따르면 선박 증선은 해당 항로의 평균운송수입률이 25% 이상 유지될 때에만 인가가 가능하지만 인천항만청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해운이 정원과 재화중량을 변조해 제출한 계약서에 근거해 2011년 9월 증선계획을 가(假)인가했다.
세월호의 본래 여객정원은 804명에 재화중량이 3천981t이어서 평균 운송수입률이 24.3%밖에 되지 않았는데 여객정원 750명에 재화중량 3천t(평균운송수입률 26.9%)으로 위조해 제출한 서류를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이후 2012년 9월에서 이듬해 2월 사이 증축으로 인해 여객정원이 921명으로 늘고 재화중량도 3천794t으로 변동돼 운송수입률이 24.2%로 더욱 떨어졌는데도 인천항만청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지난해 3월 증선을 최종인가했다.
◇한국선급 복원성 등 선박검사·해경 운항관리규정 승인도 부절적
한국선급의 복원성 검사 등도 부실 덩어리였다.
지난해 1월 한국선급은 복원성 계산의 기초가 되는 선박의 경하중량(선박 자체 무게) 및 무게중심을 산출하기 위한 경사시험(선박의 잠김 깊이와 중량물 위치에 따른 기울기를 측정하는 실험)을 하면서 증축 설계업체가 경하중량을 100t이나 적게 산정했는데도 이를 파악하지 못한 채 경사시험 결과보고서를 승인했다.
특히 경사시험에서 배의 무게중심이 당초 추정치보다 높게 측정되는 등 복원성이 나쁘게 나오자 설계업체가 컨테이너 단위 무게를 조정해 화물무게를 줄였는데도 한국선급은 이를 그대로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러한 오류나 부당한 부분을 반영해 재계산을 해보니 풍압경사각(초속 26m 풍속에서 최대한 옆으로 기울어지는 각도)이나 선회경사각(최고속력으로 선회할 때 옆으로 기울어지는 각도)이 복원성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의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심사도 향응에 얼룩져 있었다. 감사결과 인천해경 직원 3명은 운항관리규정 심사위원회 개최 나흘 전 세월호의 '쌍둥이배'인 오하마나호를 무상으로 타고 제주도로 건너간 뒤 사흘간 현지에서 청해진해운 측으로부터 교통편의, 식대, 주류, 관광 등의 향응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이들은 청해진해운이 심사 필수서류인 선박복원서 계산서를 제출하지 않고 심사위에서 요구한 사항을 보완하지 않았음에도 그대로 운항관리규정을 승인해줬다.
그 결과 세월호는 화물적재중량과 차량적재대수가 승인치보다 각각 169t, 51t을 초과한 운항관리규정으로 운항을 하게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해운조합 역시 세월호가 사고 당일 출항하기 전 화물중량, 적정 차량대수, 고박상태 등을 점검·확인하지 않았고, 적재화물량은 승무원의 말만 믿은채 실제 적재량(검찰추정치) 2천142t의 3분의 1수준인 657t으로 서류를 작성했다.
해운조합은 또 최대 12대를 적재할 수 있는 세월호 중갑판에 차량 30대가 실리고, 컨테이너는 전용고박장치 없이 밧줄로만 묶여 있었는데도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채 출항허가를 내렸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사고 초동대응·구조활동·중대본 컨트롤타워 기능 '부실투성이'
감사원은 아울러 사고 초동대응 과정에서 해경이 현장상황 및 이동수단을 고려하지 않고 출동명령만 시달하고 현장 구조활동에서 구조본부의 상황지휘가 부적절해 배 안에 남아있던 인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 사실을 확인했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침몰 시작부터 마지막 교신까지 47분간 '골든타임'을 허비했으며, 제주해경이나 전남소방본부 등은 최초 신고를 받았음에도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20분간 출동을 지연시켰다.
사고 해역에 가장 먼저 도착한 목포해경 소속 경비정 123호 역시 선체 진입이나 승객 퇴선 유도 같은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도 재난대응 컨트롤타워로서 미숙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재난대응을 총괄조정하는 본연의 임무 대신 언론브리핑에만 집중했을 뿐 아니라 이 브리핑도 6차례나 부정확하게 작성, 전파함으로써 오보를 확대재생산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 "관련자 40여명 징계 등 조치 검토"
감사원은 사고 발생시 초동대응 미숙과 상황전파 혼선 등 정부 불신을 초래한 해수부, 해경, 안행부 등 관련자 40여명에 대해서는 책임을 철저히 규명해 엄중 문책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향응수수 등 비리 사안에 대해서는 관련 공무원 11명을 이미 수사요청했고, 수사 참고자료도 검찰에 제공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선박도입·개조, 선박검사, 출항전 점검 등 연안여객선 운항의 모든 과정에 걸쳐 안전 저해요인을 분석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통보할 계획이다.
한편 감사원은 여타 감사와 달리 이례적으로 중간감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고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난 부분이 많이 중도에 결과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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