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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다른 변신… 신흥시장 파고드는 GGO 첨병들

입력
2014.07.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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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만의 글로벌 기업 속으로] 1. 제네럴일렉트릭(GE) 130년 지속성장의 비밀

GE의 한 엔지니어가 발전소용 H시스템 가스터빈을 검검하고 있다. GE는 프랑스 알스톰의 가스터빈 사업부문을 인수해 에너지 사업 역량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GE GGO 제공
GE의 한 엔지니어가 발전소용 H시스템 가스터빈을 검검하고 있다. GE는 프랑스 알스톰의 가스터빈 사업부문을 인수해 에너지 사업 역량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GE GGO 제공

홍콩 중환(中環ㆍ센트럴)에 자리잡은 좌오이광창(交易廣場ㆍ익스체인지스퀘어) 33층. 지난 달 23일 이 곳을 방문했을 때 미국 제네럴일렉트릭(GE)의 GGO(글로벌 성장운영조직: Global Growth Organization) 홍콩본부는 확실히 들뜬 분위기였다. 프랑스 간판기업 알스톰의 에너지 부문에 대한 인수가 전날 확정됨에 따라, GGO 직원들은 오랜 긴장감에서 해방감을 누리는 듯 했다.

미국의 간판기업 GE는 130년 역사를 통해 무려 1,800여건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M&A라면 이미 정평 난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번 알스톰 건은 달랐다. GE 역사상 최대 규모인데다, 나라의 자존심과도 같은 간판기업의 핵심부문이 팔리는 것에 대한 프랑스 내부 반발이 컸고, 무엇보다 GE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승부수였기 때문에 어느 M&A보다 각별히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초대형 빅딜의 중심에 GGO가 있다. 알스톰 인수를 위한 최종의사 결정은 미국 본사가 내렸지만, 프랑스 정부와 관련업체 등에 대한 설득작업과 협상 과정에는 GGO의 끈질긴 노력과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프랑스와 브라질 등을 방문하고 전날 전날 귀국한 GGO의 수장 존 라이스 부회장은 아침부터 중국 사업파트너와 미팅에 참석하느라 분주했다. 홍콩본부를 안내한 한 직원은 “GGO의 모든 수뇌부들이 전세계 곳곳에 전진 배치돼 일하고 있다”며 “GE의 모든 활동이 홍콩본부와 현지 각 지역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GE의 성장지역산업부문 매출
GE의 성장지역산업부문 매출

GE 글로벌 성장의 견인차 GGO

GE는 공룡기업이다. 발전설비와 수처리기술, 원유ㆍ가스기기, 에너지 관리, 의료기기, 항공, 운송 등 첨단 기술 인프라 사업과 캐피탈 등 금융서비스까지 영위하고 있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전형적인 '문어발 경영'이자 '선단식 경영'이고, 경영학적으로 정의하면 사업다각화로 성공한 교과서적 기업이다.

글로벌 경제의 중심축이 '저성장 선진시장'에서 '고성장 신흥시장'으로 옮겨오면서 GE의 성장모델도 변화하고 있다. 현재 GE는 최첨단 인프라 기술사업을 중심으로 신흥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GE의 총 매출 1,460억 달러 중 53%가 미국 외 지역에서 창출됐는데, 2001년 이 비중이 35%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가히 폭발적인 외연확장이다.

이 같은 GE의 글로벌 성장의 중심에 GGO가 있다. 'GE의 미래를 보려면 본사가 있는 미국 코네티컷 아닌 홍콩을 가봐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GGO가 만들어진 건 지난 2011년. 제프리 이멜트 회장을 비롯한 GE수뇌부는 급변하는 시장에 보다 빠르고,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전혀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GGO를 미국 본사와 멀리 떨어진 홍콩에 세웠다. GGO는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를 중국과 남미, 한국 등 12개 지역으로 나눠 운영하며, 대정부관계 법무 등 7개 지원부서로 구성돼 있다.

GGO 운영의 핵심은 기존 사업부 중심이 아닌 지역과 시장관점에서 비즈니스에 접근한다는 것. 라이스 부회장은 "요즘처럼 기술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시대에 제각각 다른 특성이 있는 전 세계 각 시장에 대한 의사결정 전부를 미국 본사가 내린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본사 사업부 관점의 한계를 보완하고 고객과 시장의 관점에서 사업기회를 찾아낼 신조직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GGO의 설립은 GE의 글로벌 성장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종래의 성장전략이 선진국 관점에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이었다면, 이젠 지역의 현지화를 중심으로 글로벌 관점과의 균형을 찾는 맞춤형 세계화 즉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Globalization과 Localization의 합성어)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라이스 부회장은 "GGO 설립 전 본사 각 사업부는 현지화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실제 운영은 그렇지 못했다“며 “ GGO가 출범하면서 전 세계 171개국 시장에서 폭주하는 다양한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사업전략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맞춤식 사업 다각화

GE가 100년 넘게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미래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신속하게 대처해온 데 있다. 애초 토머스 에디슨의 전구로 유명한 조명회사로 출발했지만, 이후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 중심으로 변신했고, 지금은 에너지 헬스케어 항공 운송 등 기술 인프라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세계적 메가트렌드에 맞춰 끊임없이 핵심사업 자체를 바꿔온 것이 오늘날 GE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현재 GE가 가장 역점을 두는 건 에너지 부문이다. 종래 화석연료기반의 발전 기술에서 신재생에너지, 천연가스, 수처리, 원자력, 송배전 분야로 범위를 넓혔다. 단지 기술만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운영, 금융 등 에너지와 관련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알스톰의 에너지 부문 인수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별로 GE가 각별히 주목하는 곳은 중동과 브라질, 중국,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이들 국가가 안고 있는 실업 문제부터 장차 확충이 절실한 헬스케어, 에너지, 인프라 확충 과제들은 GE에겐 놓칠 수 없는 블루오션이다.

GE는 신흥시장에서 기존 글로벌 기업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개별기업에 특정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 대 기업(Company to Company)’ 관계를 뛰어넘어, 각 국가가 원하는 다양한 제품군과 기술을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기업 대 국가 (Company to Country)’ 차원의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국가맞춤형 비즈니스의 창구역할을 하는 곳 또한 GGO이다.

예컨대 GE 파워앤워터는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에 맞는 분산전력사업 회사를 설립, 전력난 해소를 위한 전력 인프라 확충 솔루션을 제공하며 연간 30% 이상의 수익 성장을 거두고 있다. GE파워컨버전은 브라질 동부 연안의 암염하층 유전 개발업체들의 시추과정에 필요한 전력 공급과 관리 서비스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조선해양글로벌 본부를 한국에 설립한 GE는 글로벌 차원에서 처음 조선해양사업 분야에도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 같은 성과 배경에는 GGO가 큰 몫을 하고 있다.

GE는 오일앤가스, 항공시스템 등과 같은 기존 핵심 기술 인프라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인접 산업에 대한 사업다각화로 350억 달러 이상(2011년 기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라이스 부회장은 “GE는 올해 산업 부문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과 4~7%의 유기적 성장을 목표로 한다”며 “또한 산업 부문 마진율을 확대해 지난해 15.7%였던 수치를 2016년에는 업계 최고 수준인 17%까지 끌어올려 세계 제조기업 1위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성장을 위한 변신

물론 GE의 이 같은 성장전략에 대해 시장반응이 전부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169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가격부담 때문에 GE의 알스톰 인수 후 주가는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도 "장기적 투자 매력을 높이려면 이익 증가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럼에도 GE는 130년 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미래 성장을 위한 베팅에는 중단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종래의 양적 다각화에서 이젠 질적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컨대 GE의 차세대 비즈니스 솔루션인 ‘산업 인터넷’(Industrial Internet)은 제품진단 소프트웨어와 분석솔루션을 결합해 기계와 기계, 기계와 사람, 기계와 비즈니스 운영을 서로 연결해 기존 설비나 운영 체계를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GE는 이를 이용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첨단 제조와 서비스 사업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라이스 부회장은 “GE는 미래 성장 잠재력을 결정짓는 사업 부문 재편에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사업 부문 재구축이 GE의 성장을 이끌 것이고 기업 가치 상승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장학만 선임기자 local@hk.co.kr

● GE 경쟁력 파워포인트

▦ 미래 메가트렌드 예측에 맞춰 핵심역량 구축

-미래 성장시장 변화에 대한 통찰, 장기 성장 사업 조기구축

-향후 10년 인프라 수주 15% 성장 위한 지역별 핵심역량 강화 및 사업다각화 추진

-세계 최대의 인프라 산업 리더로 자리매김

▦기술력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

-철저한 비용절감에도 기술력 확보엔 아낌없는 투자

-2010~13 R&D에 160억달러 투자, 총 매출의 6% 해당

-기술력 바탕으로 인프라 역량 제고, 인접산업으로 사업다각화 추진

▦핵심역량 증대를 통한 글로컬라이제이션

-GGO 설립하며 현지화 가속화, 우수 현지인력 확충

-GGO설립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연 평균 15%성장

홍콩=장학만 선임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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