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5명이 제조업체 6곳 상대로 "10년간 추가 기름값 등 보상하라"
국토부 "부적합" 산업부 "적합" 엇갈린 판정에 법정 공방 치열할 듯
업계서 행정소송 땐 더 복잡해져 현대차 美선 4000억원 보상 합의
현대자동차 등 국내외 자동차 회사들이 연비를 부풀려 피해를 입었다며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에서는 현대차가 소비자들에게 4,000억원의 보상을 합의했으나, 국내에서는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판정이 엇갈려 소비자 권리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무법인 예율은 7일 자동차 소유주 1,785명을 대리해 “연료소비효율(연비)을 과장해 표시했으니 향후 10년간 추가로 내야 할 기름값 등을 보상하라”며 현대자동차, 쌍용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 제조업체 6곳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비자들이 이 소송에서 이길 경우 자동차 회사들은 현 소송인단 기준으로 총 30여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소송인단 중 1,517명은 현대차 싼타페DM R2.0 2WD의 연비 표시를 문제 삼았으며, 234명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 CW7 4WD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각각 150만원, 250만원을 청구했다. 이외에 폭스바겐 티구안 2.0TDI 소유자 18명, BMW 미니쿠퍼D 컨트리맨 소유자 7명, 아우디 A4 2.0TDI 소유자 6명도 같은 취지로 90만원씩을 청구했으며, 크라이슬러 지프 그랜드체로키 2013 소유자 3명은 300만원을 배상액으로 제시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월 국토부가 이들 차량의 연비 검증 결과 “표시연비가 법에서 허용한 오차 범위 5%를 크게 벗어났다”는 부적합 판정 결과를 내리면서 시작됐다. 연비가 표시보다 10% 가까이 낮게 나왔다는 것이다. 총 1,000억원대 배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율은 “국토부가 자신 있게 내린 부적합 판정이고, 산업부는 연비 재검증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아 소송이 진행되면 충분히 승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국에서는 2012년 환경보호청(EPA)이 현대ㆍ기아차가 13개 차종의 연비를 과장했다고 발표했고, 현대ㆍ기아차는 집단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에게 총 3억9,500만달러(약 4,187억 원)를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달 연비 재검증을 거치고도 국토부와 산업부가 여전히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어 소송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산자부에서 인증할 때는 합격이었다가 국토부에서 인증할 때는 불합격이라고 하니 황당하다”며 “정부기관 조율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필요할 경우 법원에 충분히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고 항변했다.
만약 자동차 업계가 “양 부처의 엇갈린 결과 자체가 부당한 처분”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법원 관계자는 “민사소송 핵심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소송이 진행된다면,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보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이외에도 자동차 업계가 행정소송으로 다른 절차적 문제를 추가로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섣불리 (손해배상) 소송의 향방을 점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집단 소송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없는 국내에선 미국과 같은 결론이 나기 어렵다”며 “미국보다 더 첨예하고 구체적인 법정 공방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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