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협약 시작 고강도 구조조정
동부제철이 7일 채권단과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을 체결하고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3개월간 실사를 거친 후 이르면 9월말 동부제철에 대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한다. 하지만 동부제철의 은행권 여신만 2조6,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부채 규모가 상당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일가의 경영권 유지가 불투명해 보인다.
이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정책금융공사, 농협은행, 수출입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9개 동부제철 채권기관은 모두 자율협약에 찬성한다는 동의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이날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700억원에 대한 차환지원도 이뤄졌고, 다음달 26일 돌아오는 400억원 회사채도 차환발행으로 막을 수 있게 됐다. 자율협약 개시로 경영권을 사실상 채권단에 넘기는 대신 동부제철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채권단은 대출상환기간 연장, 운영자금 추가 대출 등을 지원하는 동시에 동부제철의 자산, 부채 등을 정밀 분석하고 청산가치와 존속가치를 분석하는 실사를 3개월 동안 진행한다. 이 결과에 따라 동부제철 정상화 방안이 나오는데, 채권단과 동부 측은 추가 지원의 대가를 놓고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현재 요구하고 있는 김 회장의 장남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14.06%) 등 추가담보 제공 외에도 차등감자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실제 동부제철처럼 지난해 7월 자율협약에 들어갔던 STX조선해양은 대주주 100대 1, 일반주주 3대 1의 비율로 차등감자가 이뤄져 강덕수 회장은 경영권을 상실했다. 이번 동부제철도 동부 측이 주요 담보로 내세우고 있는 인천공장 등의 자산매각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차등감자→출자전환’이라는 구조조정 시나리오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인천공장은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 경영정상화 방안에 주요 자산으로 포함시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실사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동부 측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다면 대주주의 지분을 줄이고 채권단의 채권 일부를 출자전환하는 식의 구조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부 측에서는 감자 비율에 따라 김 회장 일가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어 차등감자를 쉽사리 동의하기는 어렵다. 현재 동부제철 지분은 동부CNI(13.34%), 김 회장의 장남인 남호씨(8.78%), 동부건설(8.46%), 김 회장(4.8%), 동부화재(4.75%) 등 김 회장 일가가 43.74%의 지분을 갖고 있는 상태다. 자율협약은 워크아웃 등처럼 법적 강제성이 없어 동부 측에서 이에 반발하고 법정관리 행을 선택할 수도 있다. 김은기 NH농협증권 연구원은 “김 회장이 동부제철 등 비금융사 분야를 버리겠다고 판단하면 동부제철의 법정관리행을 선택할 수도 있어 채권단도 동부화재 지분 요구 등 김 회장 측을 압박하기는 힘들다”며 “양측의 치열한 신경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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