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마을에서 1,000여명의 부동산과 통장의 명의가 모두 남편이 아닌 부인 이름으로 관리되고 있는 사연이 화제다.
안후이(安徽)성 방부시 화이위안현 먀오황촌엔 ‘쇠금(金) 변’에 ‘또 차(且)’를 합친 ‘호미 서(‘鋤’자와 같은 글자이나 힘 력(力)이 빠진 글자)’를 성(姓)으로 쓰는 주민 1,000여명이 있다. 그런데 중국이 간체자를 도입하면서 이 글자가 컴퓨터 상에선 입력할 수 없게 돼 버렸다. 중국은 1960년대부터 전통적 한자가 너무 복잡하다면서 이를 간략하게 줄인 간체자를 쓰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이 성씨를 써 왔던 주민 1,000여명은 더 이상 부동산을 사도 자기 이름으로 올릴 수가 없고, 자동차를 구입해도 자기 이름으로 등록할 수 없게 돼 버렸다. 통장이나 카드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따라 궁여지책으로 자신의 이름 대신 부인 명의로 올려 이름을 올리는 게 관례가 돼 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 점차 실명제가 도입되고 있어 문제는 더 복잡해지고 있다. 기차표도 실명제로 구입하도록 한 제도가 시행되며 더 이상 부인 이름으로 대신 기차표를 사던 일도 불가능해진 것. 결국 이곳 주민들은 외부로 나갈 땐 기차 대신 고속버스만을 이용하고 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낼 때도 성은 안 쓴 채 이름으로 대신하는 편법을 써 왔다.
결국 참다 못한 주민들은 지난해 공안기관에 자신들의 성씨를 간체자가 아닌 번체자 호미 서로 바꿔 등록해 줄 것을 요구하는 집단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글자는 컴퓨터로 등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이들의 성은 원래 ‘츠’로 발음됐었으나 ‘추’로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자의 현대화와 전산화가 낳고 있는 웃지 못할 사연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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