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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의 이동앱 개발 '작지만 큰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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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의 이동앱 개발 '작지만 큰 걸음'

입력
2014.07.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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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 앱 개발자 과정 1기 수료식

장애우 앱 개발자과정 1기생인 손모(35)씨가 5일 서울 강남구 청담평생학습관에서 장애인 이동앱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가온S&C제공
장애우 앱 개발자과정 1기생인 손모(35)씨가 5일 서울 강남구 청담평생학습관에서 장애인 이동앱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가온S&C제공

휠체어 막는 계단 등 이동에 어려움 "내 권리, 내가 찾겠다"며 직접 나서

전국서 모인 11명으로 팀 꾸렸지만 이동 불편 견디지 못해 4명이 마무리

"알파버전이지만 완성도 더 높일 것"

“작지만 소중한 성과를 낸 우리 스스로가 자랑스럽습니다.”

5일 서울 강남구 청담평생학습관에서는 조금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장애우 앱 개발자 과정 1기’를 수료한 중증 장애인들의 제작발표회 겸 졸업식이 진행된 것이다. 주인공은 민모(39ㆍ지체장애1급), 손모(35ㆍ시각2급), 윤모(시각3급), 명모(32ㆍ시각1급)씨 등 중증장애우 4명. 휠체어를 가로막는 턱과 높은 계단, 함흥차사인 장애인 콜택시에 어려움을 겪었던 장애우들이 “내 권리는 내가 찾겠다”며 직접 나선지 14개월 만에 기적 같은 성과를 냈다.

명씨는 웹 서버 구축을 맡았고 윤씨와 손씨는 클라이언트 부분을 담당했다. 미술 전공자 민씨는 앱 화면을 보기 좋게 구성하는 디자인을 맡았다. 교육과정을 기획한 ㈜가온S&C 조일상(43) 대표는 “지금까지 장애우 컴퓨터 교육은 인터넷 검색, 워드 등 기초 사용 교육에 불과했다”며 “이번에는 프로그래머로써의 직업과 창업까지 가능하도록 교육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장애우 11명으로 팀을 꾸렸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아 1주일에 단 한번밖에 모일 수 없었지만 한번 모이면 기본 4, 5시간 이상 책상에 앉아 있을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하지만 일반인들 조차 쉽지 않은 이 일에 중증장애인들의 도전은 쉽지 않았다. 중도 포기자들이 속출했다. 전남 여수시에서 서울까지 오갔던 한 장애우는 결국 이동 불편을 견뎌내지 못했고, 일부는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포기했다.

특히 한 솥밥을 먹으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강의했던 강성도(46) 지도교사가 지난 3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수강생들이 크게 동요했다고 한다. 강직성척수염 장애를 앓던 강 교사는 얼굴을 제외한 온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오히려 “강 교사가 재활하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좋은 일도 있었다. 함께 공부하던 남녀 장애우가 결혼까지 골인해 ‘앱 개발 과정 1호 커플’이 된 것. 결혼 준비로 인해 중도에 수업을 포기해야 했지만 수강생들은 모두 그들의 앞날을 축복해 줬다.

물론, 아직 숙제는 남았다. 이번에 발표한 앱 완성도는 전체의 40% 수준에 불과한 알파버전이기 때문에 향후 부가 기능을 첨가하는 등 더 다양한 기능을 탑재해야 한다. ‘○○식당에 갔더니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쉽게 배려했다’ ‘△△공원은 이동이 불편하더라’ 등의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목표는 내년 초 까지다. 내년에는 돈도 벌고 사회에 기여도 하는 어엿한 ‘사회적 기업’이란 간판도 내 걸어야 한다. 명씨는 “좀 더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는데 아쉽다”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공부할 게 많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오는 9월부터는 2기 과정이 진행된다. 결혼으로 중도포기 한 ‘1기 장애우 커플’도 2기 과정에 재도전하기로 했다. 손씨는 미래의 2기 후배들에게 “분명히 힘들고 고비가 찾아올 테지만 절대 중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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