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인맥 총동원 금감원 으름장 놓지만
감사원 개입, 정치권 가세
어떻게든 중징계를 면해보려는 금융회사, 단칼에 200여명의 금융계 인사들에게 강도 높은 징계를 하겠다는 금융당국, 여기에 제동을 걸겠다고 나선 감사원과 정치권. 사상 최대의 징계를 두고 금융권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결국 권력기관의 힘과 로비력 싸움”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전방위 로비 나선 금융회사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 통보를 받은 금융회사들은 최근 대관 업무부서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금융당국과 국회 등을 상대로 로비활동에 나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 소명자료를 충실히 보냈지만, 모든 인맥을 총동원해 징계 수위 등 진행과정을 알아보고 있다”며 “다음 제재심의위원회(17일)가 열리기 전까지 최대한 징계 수위를 낮추는 게 목표다”고 했다.
금융회사들이 전방위 로비에 나서는 데는 애당초 금융당국의 징계가 ‘괘씸죄’의 성격이 적지 않다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한 금융계 인사는 “금융당국이 납득하기 어려운 무리한 중징계를 강행하니까 금융회사들도 살기 위해서는 로비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단호한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해당 금융회사들이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달라며 여러 통로를 통해 만남을 주선하려고 한다”며 “이미 충분히 검토를 거친 사안인 만큼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회사들의 잇단 로비에 잔뜩 화가 난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오전 간부들에게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말고 (제재심위를) 원칙대로 하라”고 지시했다.
잇단 감사원 개입
감사원의 개입은 더욱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초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제재 근거로 금융위가 내린 유권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위는 2011년 국민카드 분사 당시 당국의 승인 없이 은행 고객정보를 가져간 것은 신용정보법 위반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감사원은 금융지주회사법 특례조항에서 금융지주사의 계열사간 정보제공을 허용한다며 금융위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달 말 “지주회사라 하더라도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이면서 고객정보를 잘 보호하자는 취지로 신용정보법에 의거해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답변을 보냈다. 금감원도 감사원의 유권해석 지적이 징계 결과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카드 정보유출과 관련해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니 종합감사 보고서가 제출되는 8월 말 이후에 제재를 하는 게 적절하다고 딴죽을 걸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상급기관이 감사를 진행 중인데 해당 기관이 금융회사에 대해 제재 조치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최근 금감원 임원들을 소집해 제재와 관련한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정 금융회사에 대한 징계절차를 진행 중인데 당국에 대한 감사 권한을 내세워 당국의 제재권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면서 “감사를 받는 금감원으로서는 감사원 눈치를 살피면서 제재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제재를 할 때마다 사전에 감사원과 상의해야 되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감사원이 금융회사들의 로비 대상이라는 의혹이 끊이질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까지 가세
당국의 대규모 제재가 잡음을 일으키면서 정치권까지 가세하고 있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리는 금융위와 금감원 업무보고에서도 이번 대규모 제재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정무위 소속 김기준(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KB금융 등에 대해 강력 제재를 호언장담했던 금융당국이 감사원 등의 이의제기를 핑계로 경징계로 처벌 수위를 낮춰줄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면서 “제재심위가 계속 연기되는 이유 등에 관해 집중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감사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업무보고를 한다. 법사위에서도 감사원이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기도 전에 감사 중인 사안에 대한 판단을 금융당국에 전달해 제재를 가로 막은 데 대한 문제제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난장판 상황이 ‘관피아’ 구조가 낳은 병폐라는 지적도 나온다. 관료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 곳곳에 자리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다 보니 기준과 절차가 외부 압력에 따라 입맛대로 바뀐다는 얘기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권에 낙하산 인사가 많아져 생기는 관치금융의 어두운 그늘”이라며 “금융당국이 외부압력에 휘둘리지 말고 징계 절차와 수위를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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