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중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표정은 근래 보기 드물게 밝고 생기에 차 보였다. 그러나 정상회담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꺼진 지금 박 대통령이 직면할 국내정치 상황은 암울하기만 하다. 주말에 받아 든 성적표부터 가슴이 쓰릴 것이다. 국정지지도 40%는 취임 후 최저 점수다. 취임 직후인 지난 해 4월께 조각 전후의 잇단 공직후보자 낙마와 불통 논란으로 41%까지 하락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곧 반등해 지난 4월 초에는 60%대까지 치고 올라 갔다. 그런 성적이 불과 3개월 사이 최저기록을 갱신한 것이다.
원인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세월호 참사 대처 미비와 잇단 인사실패다. 1~3일 실시된 한국갤럽 정례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 이유로 ‘인사 잘못과 검증되지 않은 인사등용’(3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심각한 건 그간 박 대통령의 흔들리지 않는 지지기반이던 ‘50대 이상, 여성, 영남’의 붕괴 조짐이다. 이번 조사에서 50대와 PK(부산ㆍ경남)에서 처음으로 박 대통령 지지도가 50% 아래로 떨어졌다. 두 차례 총리후보자 낙마에 이은 정홍원 총리 재신임 파동 등을 보면서 박 대통령 핵심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내정보다는 외교 등 외치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둬온 박 대통령인 만큼 이번 한중 정상회담 효과로 반등을 기대해 볼 만도 하겠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관련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들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단박에 국민들의 마음을 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한번 삐끗하면 국내정치 상황과 맞물려 지지도 40%선을 무너뜨리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은 내정에서 반전의 기회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인사문제다. 오늘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이번 주 내내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이어진다. 청문회를 통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의혹이 분명해진 인사들에 대해서는 과감히 카드를 접어야 한다. 구차하게 야당 탓, 청문회 탓으로 인사실패의 책임을 돌리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 하면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질 것이다. 그보다는 이번 청문회를 잇단 인사실패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로 삼는 게 현명하다.
눈을 밖으로 돌려봐도 그렇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동북아 국제정치는 한층 더 요동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내정치에 발목 잡혀 헤매고 있을 겨를이 없는 것이다. 하루빨리 내정의 불안정 요인을 말끔히 정리하고 국민의 힘과 정치권의 초당적 지지를 바탕으로 국익 수호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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