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내년도 세제개편 기본 방향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실질 증세로 가는 분위기다.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등 복지예산 팽창과 세월호 참사 후 안전예산 부담까지 늘면서 나랏돈 씀씀이는 커진 반면, 경기부진 장기화 등에 따른 세수 부족으로 재정적자 심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8월 세법개정안 확정을 앞두고 이미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등 각종 조세감면 축소방안 등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증세는 국민적 공감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대기업과 부자들이 앞장서 증세 부담을 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절실한 이유다.
증세의 불가피성은 더 이상 부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공약가계부를 작성하면서 박근혜 정부 복지 확대 및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5년간 135조원의 재원을 추가 확보키로 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세수 확충은 당장 올해부터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올해 전체 국세 수입 예상치(216조5,000억원) 대비 실제 세수(74조6,000억원)의 비율을 나타내는 국세 진도율은 34.4%에 불과해 오히려 세수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다수 분석가들은 하반기에도 경기 회복세가 미미할 경우 전체 세수 부족액은 1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세수 확충의 절박성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직접 증세를 않겠다는 공약 등에 따라 일단 각종 비과세ㆍ감면을 줄이는 ‘실질 증세’에 방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일몰 대상인 53개 비과세ㆍ감면제도 중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제도’는 전체 공제 감면액이 1조8,000여억원에 달해 가장 많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과 무관하게 공제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다,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정비 1순위로 꼽힌다. 전체 공제 감면액이 1조3,000여억원인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역시 직불카드 소득공제 등 제도 보완이 이루어진 만큼, 현행 15%에서 10% 정도로 공제율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비과세ㆍ감면을 줄이되,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돌아가는 혜택을 더 많이 줄이겠다는 식으로는 당장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같은 서민 증세에 대한 반감조차 해소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증세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넓히려면 소득세율 인상이나 금융소득 관련 세목 신설 등 소득양극화 해소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세제가 검토돼야 한다. 그래야 향후 부가가치세나 주세, 담배세 인상 등 장기 세제개편 과제에 대한 논의도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서민을 위한 세제개편은커녕 중산층 소득기준조차 제대로 잡지 못해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켰던 지난해의 실수가 올해는 되풀이 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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