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중 금속노조 평택지부장 진보 단일후보로 평택을 도전
2009년 77일간 파업에 인생 전환 동료 25명 죽음 보면서 투쟁 지속
"더 이상 울지 않고 정치 바꾸겠다"

6일 오후 경기 평택시 합정동 한 건물에 마련된 선거사무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혜신 마인드프리즘 대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 상임의장인 이도흠 한양대 교수,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심보선 시인 등 진보쪽의 이른바 ‘명망가’들이 모여들었다.
7ㆍ30 재ㆍ보궐선거 평택을 선거구에 진보 단일후보로 출마하는 김득중(44) 금속노조 쌍용차 평택지부장을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날 선거사무실 개소식에는 불참했지만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그의 후원회장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김 지부장이 정치에 뛰어든 것은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때문이다. 그 해 5월 쌍용차 노동자들은 2,646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회사측의 구조조정안에 반발해 평택 공장 등을 점거하고 77일간의 파업에 돌입했다. 이 파업은 “유니온샵(직장에 취직한 모든 사람이 노조에 가입하는 제도)인 회사의 특성상 1994년 취직과 함께 자연스럽게 노동조합에 가입해 15년간 노조 간부로 활동하면서 회사와 큰 문제가 없었다”던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당시 김 지부장은 조직실장으로 파업을 지휘했고, 사측은 음식물 반입과 가스 공급을 막았으며 경찰은 강제진압에 나섰다. 결국 그해 8월 980명의 정리해고 대상자를 무급휴직 462명, 희망퇴직 353명, 정리해고 165명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노사협상이 타결됐고, 김 지부장은 파업 주도 혐의로 해고됐다.
힘겨운 복직 투쟁이 계속된 지난 5년간은 간호조무사인 아내가 가장 역할을 했다. 김 지부장의 퇴직금 1,000만원조차 법원이 쌍용차 해고자와 복직자 139명에게 정부를 상대로 47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에 따라 가압류된 상태다.
“우리는 정당하기 때문에 진실이 밝혀질 거란 확신 때문에 지난 5년간 무모할 정도로 싸움을 해왔다”는 김 지부장을 버티게 한 것은 동료들의 죽음이었다. 2009년 4월 비정규직 오모씨 자살을 시작으로 올해 4월까지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등 25명이 세상을 떠났다.
김 지부장은 “절박함 속에서 수많은 외침과 요구로 정치권에 읍소해 왔지만 현실 정치는 우리 목소리를 담지 못했다”며 “쌍용차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은 사회의 산적한 부당함을 풀어나가는 과정이며, 민주주의를 살리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공약으로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기업살인죄 신설 ▦회계 조작 등을 막기 위한 차명계좌 금지 ▦사내하청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기업범죄 특별법 제정 ▦정리해고제 폐지 ▦최저임금 인상 ▦손배가압류 제한 등을 내걸었다. 그는 “정치인들의 약속이라는 말만 들어도 천불이 난다”며 “더 이상 울지 않고 정치를 직접 바꿔 등 뒤에 박힌 고통의 표창을 스스로 뽑아 버리겠다”고 밝혔다.
“노동운동이나 잘하라”며 선거 출마를 만류했던 아내와 아들 둘도 이날 개소식에 참석해 응원했다. 김 지부장은 “오늘 응원으로 어깨가 무겁다”면서도 “어렵고 고통스러운 사람 입장에서 법을 발의하고 만드는 것은 어떤 후보 보다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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