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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열경열' 속 국익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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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열경열' 속 국익 딜레마

입력
2014.07.0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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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급 관계 구축 성과 불구 美-中 패권경쟁 휘말릴 가능성

한국 전략적 선택 시험대에 "한미동맹 약화" 우려 시선도

환태평양훈련(림팩)에 참가 중인 7,600톤급 해군 구축함인 서애류성룡함이 지난달 18일 본격 훈련에 앞서 하와이 근해에서 처음으로 SM-2 대공미사일을 발사해 우리 함정으로 날아오는 2개의 표적을 요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태평양훈련(림팩)에 참가 중인 7,600톤급 해군 구축함인 서애류성룡함이 지난달 18일 본격 훈련에 앞서 하와이 근해에서 처음으로 SM-2 대공미사일을 발사해 우리 함정으로 날아오는 2개의 표적을 요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동북아 질서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특히 안보동맹을 앞세운 미국의 동아시아 구상에 맞서 중국이 한국까지 포함하는 ‘아시아 신질서’를 밀어붙이는 기세라 자칫 양대 강국의 패권경쟁에 동아시아는 물론 우리나라까지 휘말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열경열(政熱經熱, 정치ㆍ경제 모두 뜨꺼운 관계)’을 한중 양국이 재확인하면서 한미일 3각 동맹이 흐릿해진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 이후 더욱 격변하는 동북아 정세는 마치 구한말 혼돈의 시대처럼 우리에게 전략적 선택을 요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중 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를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 발표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연내 체결 및 원ㆍ위안화 직거래 등 경제적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북한 핵개발을 겨냥해 ‘확고한 반대’를 천명하는 등 양국은 역대 최상의 한중관계를 선언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한국에 상당한 과제도 남겼다. 시 주석은 미국이 적극 반대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참여를 공식 제안하고 미국이 한국에 편입을 압박하는 미사일 방어체제(MD)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우리 측에 ‘선택의 공’을 넘겼다.

이런 가운데 한중 양국의 밀월관계는 한반도 주변 당사국에 직간접적 반응을 야기하면서 동북아 정세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과거사 문제 및 영토분쟁으로 한중 양국과 냉각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을 향해 두 정상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강력 경고한 뒤로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본 일부 언론에서는 “한미일 3각 공조가 크게 동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미국 정가에서도 “한중 밀월 관계로 한미동맹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미국 및 중국, 일본과의 전략적 관계정립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공세적으로 접근하는 중국과 중국의 동북아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미국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현실이다. 미국과 중국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는 상황을 ‘꽃놀이 패’라며 “걱정할 필요 없다”는 낙관론도 없지 않지만 일부에서는 “아무 준비 없이 중국의 손을 덥석 잡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신중론도 상당하다.

외교가에서는 지금의 복잡한 정세가 구한말 조선을 둘러싼 상황과 비견된다는 점에서 청나라 외교관 황준셴(黃遵憲)이 <조선책략>에서 제시한 전략을 거론하며 조언하고 있다. 황준셴이 당시 조선의 전략으로 ‘친(親)중국, 결(結)일본, 연(聯)미국’을 제시했다면 21세기 한국 외교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중국과 협력을 확대하라”고 조언하는 점이 다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한미동맹 속에서 한중협력 관계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미 한국대사를 지낸 최영진 연세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신조선책략>에서 ‘한미동맹, 한중협력, 한일교류’를 외교전략의 골간으로 제안한 바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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