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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이라크 반군 리더, 원유 팔아 군비 조달

입력
2014.07.0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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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IS 알바그다디 동영상 공개 "칼리프 체제 선언은 막중한 임무…내게 복종하라" 퇴진위기 총리는 3선 고집…軍장성 교체해 통제 강화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AP 연합뉴스 제공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AP 연합뉴스 제공

이라크 영토의 3분의1을 차지한 뒤 정통 이슬람국가 수립을 선포한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반군이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 베일에 가렸던 지도자가 얼굴을 드러내 추종자에게 충성을 촉구했고, 점령지 유전지대에서 채굴한 원유 판매도 시작했다. 반면 이라크 정부군에게 반군 격퇴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면서, 상대 진영에서는 미국과 이라크 정부, 쿠르드 자치정부간의 이견 대립도 뚜렷해지고 있다.

주요 외신은 5일 ISIS의 지도자이자 새 이슬람국가의 최고통치자(칼리프)를 자부하는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동영상이 공개됐다. 온라인에 유포된 이 동영상은 수니파 반군이 장악한 이라크 모술의 한 사원에서 설교하는 모습이다. 검은색 터번과 옷을 입은 알바그다디는 “내가 신에게 복종하는 한 당신들도 내게 복종하라”고 촉구했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다의 후계자인 칼리프라고 선언한 것과 관련, 그는 “막중한 임무이며, 칼리프 국가 수립은 수 세기 동안 이루지 못했던 의무”라고 말했다. 또 “나는 당신들 중 최고는 아니지만 당신들을 이끄는 성자다. 내가 옳다고 생각되면 나를 돕고, 틀렸다면 내게 조언을 줘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 하라”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2008년 알바그다디로 추정되는 인물의 동영상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당시에도 지금처럼 신원이 확인되진 않았다고 전했다.

ISIS는 중동지역 다른 국가처럼 원유 판매로 전비 등 관련 예산 조달도 시작했다. 이라크 북부 살라 알딘주의 지역 경찰서장 샬랄 압둘은 “ISIS가 2일 북부 유전지대인 우질에서 생산한 원유를 탱크 100개에 실었다”며 “탱크당 평균 1만3,000(1,300만원)에 처분해 군비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대표적 유전지대인 키르쿠크 외곽 우질 유전에서는 하루 2만배럴의 원유가 생산되고 있다. ISIS는 모술에서 시아파 이슬람사원(모스크)을 파괴하는 한편, 쿠르드족이 주로 사는 이라크 서부 주르 마그하르 마을에서는 주민 10명을 처형하는 등 잔학행위도 거듭하고 있다.

한편 반대 진영에서는 자중지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퇴진을 원하는 미국에 맞서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3선 도전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으며, 미국은 쿠르드 자치정부의 독립 움직임에 쐐기를 박고 나섰다.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은 “이라크 정부군이 수니파 반군을 단독으로 격퇴할 능력이 없다”며 현 정권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또 “ISIS 공격에서 수도 바그다드를 방어할 능력은 있지만, 점령지를 탈환하려면 외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분리독립 가능성을 내비친 쿠르드 자치정부를 겨냥, “우리는 이라크가 단결할 경우 더 강해질 것으로 믿는다”며 “미국이 단결된 이라크를 계속 지원하고 이라크 내 모든 당사자에게 이 목표를 위해 계속 협력하도록 촉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알말리키 총리는 미국은 물론 내부에서 터져 사퇴요구를 일축했다. 또 고위 장성 교체를 통해 군에 대한 통제도 한층 강화했다. 그는 4일 내놓은 성명에서 “나를 총리직에서 몰아내려는 어떤 시도와도 맞서 싸울 것”이라며 “(세번째) 총리직을 위한 입후보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5일에는 알리 가이단 지상군 사령관과 모흐센 알카비 연방경찰청장 해임안에 서명했다. AFP 통신은 두 명에게 모두 가택 연금 조치가 내려졌고, 후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란 관영 뉴스통신 IRNA는 이날 이란군 조종사가 최근 이라크에서 전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쇼자아트 알람다리 무르자니 대령이 바그다드 북부 사마라에서 시아파 무슬림 성지를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훈련 중에 숨졌는지, 반군과 교전 중에 목숨을 잃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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