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10대 소년 3명 사망 후 팔 소년도 참혹한 죽음
이-팔 서로를 사건 배후로 지목 '피의 악순환' 계속
'美 국적' 팔 소년 사촌동생 구타 영상 퍼지며 사태 악화
2일 납치 살해된 팔레스타인 10대 소년이 산채로 불타 죽었다는 부검 결과가 나오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충돌이 격해지고 있다. 가자지구 교전 중단을 위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협상도 진척이 없어 무력충돌이 이어질 거란 예상이 나온다.
양측의 충돌은 지난달 30일 유대인 10대 소년 3명이 숨진 채 발견되고 이후 팔레스타인 10대 사망 사건이 벌어지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를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발생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압델가니 알오와위 법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숨진 무함마드 아부 크다이르(16)의 호흡기에서 화재 분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불이 몸에 붙었을 당시에도 피해자가 숨을 쉬고 있었다는 것이다. 크다이르의 머리 오른편에서는 단단한 물체에 의해 충격을 받은 흔적도 발견됐다. 공식 사망원인은 몸의 90%를 뒤덮은 화상이다.
크다이르는 2일 이스라엘이 무단점령 중인 동예루살렘에서 납치된 뒤 약 한 시간 후 인근 숲에서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됐다. 팔레스타인은 이번 사건이 지난달 12일 실종된 후 20일만에 숨진 채 발견된 유대인 10대 소년 3명의 피살 사건에 대한 이스라엘 극단주의 세력의 보복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유대인 10대 소년 피살의 배후로 이미 지목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4일 동예루살렘에서 열린 크다이르의 장례식을 기점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등에서 수십 건의 폭력 시위를 동시 다발적으로 일으켰다. 장례식에 참가한 팔레스타인 주민 2,000여명은 이스라엘 경찰에 돌을 던지며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경찰 13명이 다치고, 시위주민 30여명도 이스라엘군 고무탄에 부상했다.
5일에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동예루살렘에서 차를 타고 가던 이스라엘인을 끌어내고 차에 불을 지르다 경찰과 충돌해 팔레스타인인 50명과 경찰 13명이 다쳤다. 팔레스타인은 또 이날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 등을 향해 30여 발의 로켓포를 발사했다. 이스라엘군도 곧바로 가자지구 군사시설을 대응 공습했고, 6일 오전에도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무기제조창 등 10곳을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인 거주지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계속된 로켓공격에 대응해 가자지구 중ㆍ남부 로켓 발사대와 무기 제조시설 등 테러 시설 10곳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BBC 등 일부 외신에서 4일 유엔 중재로 논의 중인 교전중단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양측은 교전을 멈추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 경찰이 4일 크다이르의 장례식에 참석한 미국 국적의 사촌동생(15)을 체포해 구타하는 동영상이 퍼지면서 이스라엘과 미국의 외교갈등도 촉발됐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5일 “그가 심하게 폭행당했다는 보도에 깊이 걱정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러한 폭력을 강하게 비난한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크다이르의 사촌동생은 장례식에서 빚어진 폭력시위 과정에서 경찰에 체포ㆍ구금됐다. 이스라엘 법원은 6일 그에게 9일간 가택연금을 명했다.
양측의 교전중단 등을 예상하던 외신들도 점차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교전중단 협상이 크다이르의 장례식 이후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한동안 양측이 무력충돌을 피하기 위해 물러설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교전,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무력저항, 미국과 이스라엘의 외교분쟁 등 문제가 점차 커지고 있다”며 “어느 한쪽이 우선 ‘보복’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해결의 시작”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팔레스타인 청소년 살해 용의자가 붙잡혀 양측간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스라엘 당국이 크다이르 납치 및 살해 용의자로 유대인 6명을 체포했다”며 “이들은 민족주의 신념에 따라 소년을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6일 보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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