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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위기감, 그룹 CEO들 머리 맞댄 1박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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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위기감, 그룹 CEO들 머리 맞댄 1박2일

입력
2014.07.0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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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명 합숙하며 토론 "주요 계열사 등 실적 부진 위기 극복할 돌파구 찾자"

최태원 회장도 옥중 메시지 "모두 단결해 난관 이겨내자"

SK그룹 주력 3개사 최근 3년간 1분기 실적
SK그룹 주력 3개사 최근 3년간 1분기 실적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이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악화가 이어지자 최근 최고경영자들이 모여 1박2일 동안 위기극복 방안을 논의했다. 수감 중인 최태원 회장도 분발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SK가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분위기다.

이례적 회의 엄중한 분위기

6일 SK그룹에 따르면 SK계열사 최고경영자(CEO) 30여명은 지난달 27, 28일 경기 용인시 SK아카데미에 모여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계열사 CEO들은 통상 연말에 한 해를 결산하는 차원에서 모이기는 하지만, 한 해의 중간에 합숙까지 하면서 토론을 벌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 만큼 최근 경영상황에 대한 그룹 수뇌부의 위기감이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 2월 대법원에서 징역4년이 확정돼 수감 중인 최태원 회장도 CEO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최 회장은 면회를 온 측근을 통해 옥중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합숙토론 과정에서 최 회장의 전달사항이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CEO들에게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고생하고 있는 임직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면서 “SK는 위기극복을 통해 성장해온 만큼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와 김창근 의장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위기극복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메시지를 접한 CEO들은 합숙기간 동안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불확실한 외부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모델을 세워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SK그룹은 합숙회의에서 나온 결론을 토대로 하반기부터 계열사별로 다양한 경영혁신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회의에서 CEO들은 최 회장 부재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 회장이 야심 차게 추진해왔던 글로벌 사업의 진척이 더뎌지고 사업 파트너들이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SK 관계자는 “매달 CEO 회의를 개최해 얼굴을 마주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유명인사를 초청해 강연이나 듣는 ‘한가한’ 자리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창근 의장도 계열사 CEO들에게 위기의식을 갖고 경영에 임해줄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경영상황 얼마나 심각하길래

SK 경영진들의 우려처럼 주요 계열사들의 경영실적은 신통치 않다. 그룹의 양대 사업 축인 정유ㆍ석유화학 부문과 통신분야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대내외 악재가 산적한데다 새로운 성장동력도 확실하게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룹 수뇌부의 고민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계열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매출 16조8,780억원에 영업이익 2,257억원을 기록해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매출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영업이익도 2년 전에 비해 4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게다가 환율하락과 정제마진 하락 등이 계속되면서 실적부진이 이어질 경우 올해도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보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은 벌써부터 “올 연말에는 예년처럼 두둑한 성과급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SK텔레콤도 내수시장 포화와 통신시장의 경쟁격화로 이제는 현상유지만 해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1분기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며 새로운 ‘캐시카우’로 부상한 SK하이닉스의 선전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향후 전망도 어둡지 않다. 그러나 반도체 업종이 부침이 심해 언제든지 시장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재계에서는 SK그룹 경영진의 고민이 SK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수입이 안정적인 계열사를 다수 보유한 SK그룹이 저토록 위기의식이 크다면, 다른 대기업 오너들의 고민은 오죽하겠느냐”고 전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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