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의 한 수' 정우성 개봉 나흘만에 80만 관객몰이, 186cm 장신 이용한 액션 볼거리 올해로 배우 데뷔 20년 "40대 나만의 우월감 만들어 갈 것"
정우성(41)이 메가트론을 쓰러뜨렸다. 약간의 과장이 있긴 하지만 거짓은 아니다. 정우성이 주연배우로 출연한 영화 ‘신의 한 수’는 개봉 첫날인 3일, 일주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주말 들어 다시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관객수 차이가 근소하고 좌석점유율은 오히려 앞섰다. 3일 개봉해 사흘간 모은 관객만 82만명(2일 전야 상영 포함). ‘우는 남자’, ‘하이힐’ 등 최근 한국 액션영화가 보여준 부진과 대조적이다.
4일 만난 정우성은 ”애초에 일반 관객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성인 오락영화를 만들자는 목표가 있었다”며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보면서 그 목표는 달성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곤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고 했다. 최종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로선 지난해 개봉한 ‘감시자들’(550만명)에 이어 흥행 배우로서 입지를 굳히게 됐다.
‘신의 한 수’는 그가 2008년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처음 선택한 국내 상업영화다. 2009년 ‘호우시절’은 중국 쓰촨성 지진 피해자들을 위로하자는 취지로 단편에서 시작한 한중 합작영화였고 2010년 ‘검우강호’는 중국 영화였다. ‘감시자들’은 ‘신의 한 수’ 출연을 결정하고 난 뒤 선택한 작품이다.
“‘놈놈놈’ 찍고 난 뒤 감독 데뷔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다 글로벌 프로젝트 출연 제의를 몇 편 받았어요. 그 작품들에 출연한 뒤에 감독 데뷔하는 게 유리할 것 같더군요. 그런데 글로벌 프로젝트들이 무산되면서 자연스럽게 4, 5년 공백이 생겨버렸어요. 그 공백을 빨리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뭔가 새로운 걸 보여주면서도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관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찾다가 ‘신의 한 수’를 만나게 됐죠.”
‘신의 한 수’는 내기 바둑으로 조폭에게 목숨을 잃은 형을 대신해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프로 바둑기사의 복수극이다. 악당에게 가족을 잃은 평범한 주인공이 무술 기량을 연마한 뒤 복수하는 무협영화의 틀을 범죄 액션에 대입했다. 정우성을 끌어당긴 건 액션 스토리를 이끌고 가는 소재였다. 그는 “내기 바둑이란 소재가 신선했고 바둑을 잘 모르는 내가 쫓아가기에도 무리가 없는 영화라서 액션에만 충실하면 되겠다 싶었다”고 했다.
다소 평이한 이 액션영화를 빛나게 하는 건 186㎝의 쭉 뻗은 장신으로 소화하는 정우성의 민첩한 몸놀림이다. 일부 액션 장면에선 그의 움직임이 매우 빨라 필름을 빨리 돌린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냉동창고 액션 장면 촬영 때는 팔꿈치 뼈가 조각나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바둑의 비읍(ㅂ)자 정도만 아는 수준”이라는 정우성은 바둑을 둘 줄 모른다. 영화에서도 대국 내용이 자세히 나오진 않는다. 그는 “집 짓는 것 정도는 알지만 바둑이 그것만으로 두는 것도 아니고 영화에서도 단지 소재로만 나오기 때문에 손가락으로 돌을 두는 착수 연기에만 신경 썼다”고 했다.
배우로서 20년을 보낸 지금 정우성은 자신을 “준비된 신인”이라고 부른다. 지난 20년을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보낸 준비 기간으로 여기는 것이다. “40대는 남자로서 멋을 알고 멋 부릴 수 있는 나이 같아요. 30대 땐 내가 멋있는 줄 착각한 시기였어요. 이제 나만의 우월함을 만들어가야죠.”
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