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로드니 킹 사건 될라' 美사회 촉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백인 경찰관이 흑인 여성을 마구 때리는 동영상이 인터넷으로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LA 지역방송들은 4일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순찰대 소속 경찰관이 고속도로 진입로를 횡단하던 흑인 여성을 주먹으로 15차례 이상 난타하는 동영상을 일제히 내보냈다. 이 영상은 데이비드 디아즈 사진작가가 지난 1일 저녁 LA 시내를 지나는 10번 고속도로에 진입하다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이다.
영상에는 건장한 백인 남성 경찰관이 갓길을 걷던 흑인 여성에 뭔가 얘기하더니 갑자기 쓰러뜨리고는 배 위에 올라앉아 얼굴을 주먹으로 강타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 양말만 신은 채 갓길을 배회하던 이 여성은 경찰관의 정지 지시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였지만 무기를 소지하거나 경찰관에게 위협을 가하는 행동은 전혀 없었다. 여성을 때린 경찰관은 잠시 뒤 달려온 다른 경찰의 도움을 받아 이 여성의 손목에 수갑을 채워 연행해갔다. 얻어맞은 흑인 여성과 경찰관의 나이나 이름 등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디아즈 사진작가는 CBS와 인터뷰에서 “경찰관이 과도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흑인 여성을 쓰러뜨린 채 15회 이상 가격했고, 퍼붓는 주먹을 막기 위해 본능적으로 손을 내민 것 말고는 이 여성은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LA에서는 1992년 흑인 폭동의 원인이 된 ‘로드니 킹 사건’ 이후 백인 경찰의 흑인 폭행은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취급된다. 91년 백인 경찰관들이 흑인인 킹을 무차별 구타하는 동영상이 TV에서 공개돼 흑인 사회의 분노를 샀고 공권력 남용으로 기소된 백인 경찰관들이 이듬해 무죄 판결을 받자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한인들도 큰 피해를 봤다.
한편 캘리포니아주 고속도로순찰대는 동영상이 알려진 뒤 성명에서 “문제가 된 영상을 보고 경찰관이 과도한 폭력을 행사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관 업무 특성상 물리력 행사는 흔한 일이며 전체 맥락을 두루 살피지 않은 채 영상물에 대해 미리 판단을 내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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