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원에 준 돈 6억여원 등… 검찰, 내역 담긴 장부 확보해 조사
김형식(44) 서울시의원의 재력가 청부살인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피해자 송모(64)씨의 장부를 확보, 조사에 착수했다. 장부에는 김 의원이 20회 넘게 등장하고 6억원 가까운 금품 등을 건넨 것으로 기록돼 있다.
4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전날 송씨 가족에게 송씨의 금전출납 장부를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 송씨는 1992년부터 만난 사람의 이름과 지출액을 장부에 빼곡히 기록했다. 경찰 관계자는 “송씨는 식사 후에 누구와 얼마짜리 밥을 먹었는지 적어둘 정도로 철저했다”고 말했다.
당초 경찰은 3월 서울 강서구 S빌딩 3층 송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사무실의 금고에서 이 장부를 발견, 송씨 가족에게 김 의원의 이름이 있는 부분만 제출받았다. 이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은 가족에게 장부 전체를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장부 내용을 토대로 송씨의 돈이 김 의원에게 전달된 시점을 전후해 청탁이 있었는지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만약 청탁에 실패했다면 송씨가 김 의원에게 수뢰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을 가능성이 높고, 압박을 느낀 김 의원이 친구 팽모(44)씨를 시켜 송씨를 살해했다는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장부에는 김 의원이 20여 차례 언급됐다. 송씨의 사무실에서 나온 차용증에서 김 의원에게 빌려줬다고 쓴 5억2,000만원 외에도 7,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적혀있다. ‘김형식, ○○○ 외 XX만원’ 등 김 의원이 송씨와 만났을 때 동석한 다른 사람의 이름도 적혀 있어 로비에 제3자가 연루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김 의원과 팽씨의 신병을 인계받은 검찰은 강력 전담 부장검사와 평검사 3명을 수사팀에 투입, 살인교사 동기 등에 관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일부 로비 정황도 추가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 의원과 송씨, 송씨 건물의 증축 설계를 담당한 설계사 H(47)씨가 2012년 7월 강서구 김 의원의 사무실에서 3자 회동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H씨에게 건물 증축 인허가를 담당하는 서울시 공무원을 소개했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은 “S빌딩의 증축은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부에는 정치인과 공무원의 이름도 다수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돈을 준 송씨가 숨져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렵고, 현금이 오갔다면 돈의 흐름을 입증할 증거가 송씨의 장부 내용뿐이어서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 의원의 살인교사 혐의 입증이 우선이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추후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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