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서 특강
이순신 장군·김구 선생 등 언급, 양국 역사적 공동체 인연 강조
"안녕하십니까" 한국 말로 연설 시작… 우애 보여 준 미담 소개로 마무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국빈 방문 이틀째인 4일 서울대 특강에서 한중 양국이 역사적으로 공조 관계를 가진 동반자였음을 강조했다. 일본의 과거사, 집단 자위권 추구 등 문제 해결에 양국이 공동 대응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보여진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서울대 글로벌공학센터에서 특강을 갖고 “한중 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나라로 역사상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마다 도와주면서 고통과 한계를 극복해냈다”며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 양국 국민이 (일본에) 적개심을 품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전쟁터에서 전진했다”고 말했다. 또 “과거 일본 군국주의가 야만적인 침략을 감행했을 때 한국과 중국 모두 매우 큰 고통을 겪는 과정에서 양국 국민들은 생과 사를 함께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임진왜란 당시 함께 싸우다 전사한 이순신 장군과 명나라 장군 등자룡(鄧子龍), 대일 항쟁을 벌인 김구 선생과 윤봉길 의사 등도 언급했다.
한중 양국 국민들이 역사적 공동체였음을 강조한 시 주석의 언급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의 비공식 오찬에서 일본 아베 정권의 고노 담화 무력화 시도와 집단 자위권 추구에 우려를 공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대학 강연을 나선 시 주석은 “안녕하십니까”라는 한국말 인사로 강연을 열었다. 양국의 고난 극복의 역사에 대한 언급 외에 시 주석은 평화대국 지향, 이웃 국가들과의 협력 추진, 배우는 자세 등 중국의 비전을 제시했으며, 한반도 비핵화 및 남북한의 자주 평화통일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2008년 쓰촨 대지진 때 전남 제일고 교사 학생들이 성금과 함께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절반이 된다”는 편지를 보낸 사례 등 최근 양국의 우호 관계를 보여주는 미담을 소개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전날 그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이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 드라마‘별에서 온 그대’를 언급한 것을 의식한 듯 “별에서 온 그대를 비롯한 한류 드라마는 중국에서도 큰 유행”이라고 말해 큰 웃음과 박수를 받기도 했다.
특강에 참석한 윤영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전 외교부 장관)는 “임진왜란, 이순신 장군 등 역사적 사례를 인용해 양국이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음을 강조하며 한국인 정서에 어필하고 ‘이웃’이나 ‘의리’ 등을 언급해 동양적 정서에 호소하는 등 상당히 열심히 준비한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강연을 들은 서울대 재학생 및 중국인 유학생 200여명과 교수 등 500여명은 26차례 박수로 화답했고, 시 주석이 입ㆍ퇴장할 때 기립 박수로 환대했다. 지리교육학과 2학년 이동훈(21)씨는 “시 주석이 ‘이익으로 만나면 이익이 없어질 때 관계가 끝나고, 권력으로 만나면 권력이 없어질 때 관계가 끝난다’고 말한 부분에서 한중 관계 강화 의지가 느껴져 인상적이었다”며 “이런 강연을 들을 기회가 더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영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중국인 이문류(27ㆍ여)씨도 “시 주석의 방한 후 공통적으로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진 한중 양국이 경제ㆍ정치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서울대 방명록에 ‘탐색진리 추구광명(探索眞理 追求光明)’ 여덟자를 한자로 남겼다. 이는 ‘진리를 탐구하고 빛을 추구한다’는 뜻의 서울대의 라틴어 로고 ‘VERITAS LUX MEA’(진리는 나의 빛)을 표현한 것이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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