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Cover Story]
7·30 재보선 의미와 전망
7ㆍ30 재보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아직 대진표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상대방의 카드를 엿보며 어떻게 하면 승기를 잡을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전국 15곳에서 치러지는 역대 최대 규모 선거인데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여소야대가 형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재보선의 성격을 박근혜 대통령의 중간평가라고 규정한다. 선거 결과가 향후 정국 전반을 좌우할 뿐 아니라, 여야 할 것 없이 당내 역학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최소 4개 지역에서 승리해야 과반의석을 유지할 수 있는데, 지금 분위기로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박근혜정부 중간평가된 7ㆍ30 재보선
정치권에서는 애초 6ㆍ4지방선거를 박 대통령의 중간평가로 내다봤다. 하지만 여야 누구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선거결과가 나오면서 중간평가는 7ㆍ30재보선으로 지연된 측면이 크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국정 난맥상에 더해 안대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 등 인사실패까지 반복되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거의 바닥 수준이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정부가 위기라고 말하는데, 국민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이번 선거에서 표심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참패할 경우 박근혜정부의 위기가 정치적으로 확인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도 가시화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최근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시그널’로 보인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잇단 인사실패와 관련해 김기춘 비서실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지 오래됐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당 대표를 뽑는 7ㆍ14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과 비박으로 나눠어 갈등ㆍ대립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4석 이상 얻어야 과반의석 확보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위기감이 상당하다. 울산을 제외한 14개 모든 지역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서울 동작을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전략공천하기로 했지만, 김 전 지사 측이 고사하면서 낭패감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안방과 같은 부산 해운대ㆍ기장 갑 또한 야권에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을 범야권단일후보로 내세울 경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새정치민주연합 사정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세월호 참사로 성난 민심을 등에 업고도 6ㆍ4지방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 데 이어 이번 재보선에서도 확실한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동작을의 경우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람이라 불리는 기동민 전 서울시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하면서 ‘박원순 효과’를 노려볼 수 있게 됐지만,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가 이 지역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야권연대가 새 변수가 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노 전 대표의 지역구를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가져간 만큼 야권연대 단일화 요구가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새누리당이 국회 과반의석을 지키기가 쉽진 않겠지만, 새정치연합이 압승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내다본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새누리당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천막당사로 어려운 선거를 뒤집은 저력이 있다”면서 “이번에도 혁신위원회를 통해 뼈를 깎는 각오를 한다면 4석 이상 가져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새정치연합은 공천 갈등에다 야권분열 등의 불리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새누리당이 6석, 새정치연합이 9석 정도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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