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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쿠르드, 독립국가 수립에 시동

입력
2014.07.0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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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자니 자치정부 대통령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정부가 이라크 정부와 미국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립국가 수립을 위한 공식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인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이라크 사태가 갈수록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자치정부 대통령은 3일 쿠르드 의회에 독립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날짜를 정해주도록 요청했다고 알아라비야가 보도했다. 바르자니 대통령은 주민투표를 관리할 독립선거관리위원회 설립도 함께 요청했다. 쿠르드자치정부는 수니파 반군의 공격으로 이라크군이 철수한 틈을 타 중앙정부와 관할권을 다투던 키르쿠크를 장악한 뒤 통제 지역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이에 대해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전날 주례 대국민담화에서 쿠르드의 독립 시도를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막후에서 이라크 통합정부 구성을 위해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족 지도자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여온 미 백악관의 반응도 냉담하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이라크가 단결할 경우 더 강해질 것으로 계속 믿고 있다”면서 “미국이 민주적이고 다원적이며 단결된 이라크를 계속 지원하고 이라크내 모든 당사자들에게 이 목표를 위해 계속 협력하도록 촉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사우디 국왕과 전날 전화회담에서 이라크 정치권에 모든 종파와 종족을 아우르는 통합정부 구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쿠르드 고위관리들은 쿠르드 자치지역의 자율권을 확대하고 자신들이 장악한 키르쿠크를 되돌려주도록 요청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향후 이라크 새 정부가 구성되더라도 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이라크 서부와 북부 곳곳에서 ISIS와 이라크 정부군ㆍ쿠르드자치정부군의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ISIS는 이날 이라크 국경지대에 있는 시리아 최대 오마르 유전을 장악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 유전은 역시 테러집단인 알카에다 계열의 누스라전선이 장악하고 있었으나 이들이 물러나면서 ISIS 수중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 유전은 하루 3만 배럴(2011년 기준)의 원유를 산출하는 곳이다.

한편 터키 도안뉴스통신은 지난달 모술에서 ISIS에 납치된 터키인 화물차 운전사 30여 명이 석방돼 터키로 귀환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ISIS는 북부 티크리트의 병원에서 근무하던 인도 간호사 46명을 납치했다고 인도 외무부가 밝혔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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