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경의 IT야사] '애플 따라쟁이' 中샤오미, 상반기 폰 판매량 작년 4배 급증 특별한 고객 혜택-마케팅 전략으로 '단순 카피' 그 이상 성과

아예 대놓고 베낍니다. 브랜드 작명 패턴은 기본이고, 공개직전까지 비밀에 부치는 호기심 마케팅도 그대로입니다. 매년 한 가지 모델 출시 방침 또한 똑같습니다. 심지어 검은색 터틀텍에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신제품을 소개하는 프리젠테이션은 생전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에 대한 향수마저 불러 일으킵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샤오미(小米) 전략은 ‘애플 따라하기’ 입니다. 경영진 역시, 공개석상에선 스스로 ‘애플 동생’이라고 서슴없이 외칩니다. 여느 업체 같았으면 ‘모방꾼’이란 비난 속에 금세 시들 법도 하지만, 샤오미는 특이하게도 세계 스마트폰 업계의 ‘무서운 아이’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실적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샤오미가 올해 상반기에만 스마트폰 판매량이 2,611만대로, 지난해 동기(400만대) 대비 무려 4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1,870만대)을 넘어섰죠. 샤오미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30억위안(약 5조3,618억원)으로 150%나 성장했습니다. 지난 4월 중국 현지 스마트폰 판매량에선 애플은 물론이고 삼성전자까지 제치고 당당히 월간 판매량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샤오미의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 3배 이상인 6,000만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2010년에 태어난 네 살짜리 샤오미의 힘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단순한 애플 카피 전략만으로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돌풍을 일으키긴 쉽지 않습니다. 샤오미가 승승장구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먼저 고객 서비스 측면에선 1주일에 약 2~3번 가량의 새로운 기능 업데이트로 이용자들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고 샤오미만의 별도 앱스토어(온라인 장터)를 운영, 다른 곳에선 찾아보기 힘든 게임 등의 콘텐츠도 꾸준하게 제공했습니다. 샤오미 이용자들만의 특별한 혜택으로 충성도를 높여 온 셈이죠.
샤오미의 경쟁력은 경영 측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분별하고 과도한 오프라인 프로모션 대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위주의 소문 마케팅을 적극 도입하면서 약 20~30% 가량의 유통 수수료도 줄였습니다. 델 컴퓨터처럼 ‘사전주문제’ 도입으로 재고 부담을 줄인 것 역시, 샤오미의 성공 비결로 꼽힙니다.
샤오미는 자신감이 넘칩니다. 올해를 기점으로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겠답니다. 중국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 12개국에 진출, 명실공히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죠. 내년 스마트폰 판매량 목표도 무려 1억5,000만대로 늘려 잡았습니다.
애플 아이폰에 자극 받은 레이준(雷軍ㆍ45) 창업자가 16년간의 샐러리맨 생활을 청산하고 지난 2010년 달랑 6명과 함께 세운 샤오미. 일부에선 혁신이 결여된 샤오미의 상승세를 찻잔 속의 미풍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오늘날 샤오미의 상승세가 결코 애플의 유명세를 등에 업은 단순 카피 전략에서만 비롯된 건 아니란 사실입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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