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훈 초대 연세암병원장]
510병상 규모로 지난 4월 개원, 예방ㆍ진단ㆍ치료ㆍ교육 통합 시스템
환자는 물론 환자 가족까지 배려, 아시아 최초 로보틱 IMRT도 갖춰
"미국의 MD앤더슨 암센터 같은 세계적 암병원으로 키워나갈 것"
‘차세대 암병원’을 지향하는 연세암병원이 지난 4월 14일 개원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이 있는 메디컬 복합단지 내에 연면적 10만5,000㎡에 지상 15층(지하 7층), 510병상 규모다. 위암과 간암 등 15개 암전문센터를 비롯해 암예방센터, 암지식정보센터, 완화의료센터 같은 특성화 기관도 갖췄다. 암 예방부터 진단, 치료, 교육까지 하나로 묶는 통합 진료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단일 암병원으로는 삼성서울병원(655병상)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이로써 서울대ㆍ서울아산ㆍ삼성서울ㆍ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big) 5 병원’이 모두 대규모 암병원ㆍ암센터를 갖췄다.
초대 연세암병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노성훈(62) 병원장을 만나 우리나라 암 치료역사를 어떻게 새로 써나갈지 대해 들어봤다. 한 해 600여회의 위암 수술을 집도하는 ‘세계적인 위암 수술 권위자’인 노 병원장은 “기독교ㆍ개척ㆍ협동이라는 ‘세브란스의 정신’을 바탕으로 연세암병원을 세계 10위권 안에 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노 병원장은 특히 “노력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MD앤더슨 암센터나 메이요클리닉 같은 세계적인 병원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 병원장은 “우리 병원에서는 암 치료는 기본이고, 환자에게 감동까지 안겨 주겠다”고 했다. 암병원 개원 때에 ‘3저(低) 3고(高) 병원’을 지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통증, 대기시간, 불안은 낮추고, 전문가 확보, 정확한 설명, 새로운 환자경험은 높이자는 뜻이다.
노 병원장은 “현재 유명 대학 병원 입원 환자의 40% 정도가 암 환자이고, 2012년 한 해 새로 암 진단을 받고 있는 환자가 24만여명이나 되지만 병원에서는 그동안 치료에만 집중하느라 암 환자의 정서적인 부분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치료는 기본이고 불안이나 우울 등 감정적 변화까지 고려해 환자의 고통을 최소화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서 연세암병원 슬로건도 ‘Family Friendly Cancer Center’로 정해 환자는 물론 환자 가족까지 배려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를 반영하듯 병원의 암지식정보센터에서는 암환자들을 위한 네일케어와 손마사지, 발마시지, 두피마사지, 음악치료 등 ‘돈이 되지 않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노 병원장은 “중한 환자가 아니면 입원한 암 환자가 오후 10시~오전 6시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밤새 맥박, 체온, X선 등의 검사는 하지 않고 있다”며 “외래환자도 예약 진료 검사 중에 혹시 기다리는 시간이 생기면 다양한 볼거리와 쾌적한 휴게공간을 만들어 지루하지 않게 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소아암 환자의 경우 과거에는 암센터와 어린이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없이 암병원에서 원스톱 진료를 받으면 된다”며 “일괄적이었던 회진시간도 환자를 배려해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암 때문에 심적 고통을 받는 환자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환자 상태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어하는 가족들을 위해 의사 49명, 코디네이터 17명 등 모두 66명으로 구성된 굿닥터팀이 암 진료, 교육, 정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요.” 이들 굿닥터팀은 환자와 가족에게 24시간 전화, 이메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방이나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는 암 환자나 해당 의료진이 암 치료와 관련한 조언을 구하면, 암병원 전문 의료진이 실비로 답해주는 ‘암 치료 2차 의견(second opinion)’ 제공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2차 의견 제공은 선진국 암센터에서는 일반화된 프로그램이다.
노 병원장은 어느 병원에 절대 뒤지지 않을 최신 치료장비도 대폭 확충했다고 자랑했다. “로보틱 IMRT(세기조절 방사선 치료기)를 아시아 최초로 도입하는 등 최고의 설비를 갖추었습니다. 조만간 꿈의 암치료 기기라고 불리는 양성자치료기도 도입할 예정이지요.” IMRT는 광자선 에너지를 6개의 관절로 구성된 로봇에 장착해 치료율을 높이는 장치로 종양의 움직임을 추적해 방사선을 쬔다. LINAC 방사선 치료기도 3대로 추가 도입해 6대를 가동 중이다. 토모테리피 3대도 세브란스병원 본원에서 이전 가동하고 있으며, 암 수술에 특화된 다빈치 로봇수술기도 1대 새로 도입해 3대를 운영하고 있다.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 연세암병원은 ‘다학제 진료’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환자들이 자신의 진료를 책임질 전체 의료진을 한자리에서 보며 분야별 전문 의료진으로부터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노 병원장은 “최근 암 치료는 수술, 항암 약물치료, 방사선 치료 중 어느 한 가지 방법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상태에 따라 다양한 복합치료가 필요하다”며 “여러 진료과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129년 전 세브란스병원이 현대의학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의학을 선보였듯이 연세암병원을 통해 암 치료의 새 역사를 만들려는 노 병원장의 열정이 인터뷰 내내 짙게 묻어 나왔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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