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하 대표 부자가 주도 개인적으로 기업 인수 노린 듯
지난해까지 200억원 지분 투자 70%가 손해…배임 혐의 짙어
통신 분야 관피아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전파기지국이 이동통신 공동기지국 설치라는 공공사업 성격과는 무관한 곳에 무분별한 투자를 하면서 100억원이 넘는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투자가 장석하(77) 한국전파기지국 대표와 장병권(45) 부회장 부자 등이 주도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투자 경위를 살펴보며 배임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공시와 업계 등 따르면 한국전파기지국은 2008년 에스브이에이치(옛 엘림에듀) 주식 210만주를 매입하며 80억여원을 투자했지만 그 해 주가 하락으로 75억원의 손해를 보는 등 2010년까지 투자금 전액을 날린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브이에이치는 학원교육 사업을 주로 하는 업체로, 한국전파기지국의 투자가 이뤄진 다음해인 2009년부터 본격적인 경영 위기를 겪다 2011년 상장폐지됐다. 2008년 한국전파기지국은 “교육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지만 일단은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으며 그 해 11월 최대주주가 됐다. 업계에서는 “인수합병을 노린 한국전파기지국의 무리한 투자”라는 얘기가 돌았다.
한국전파기지국은 2008년 또 다른 교육업체인 ㈜학창시절에도 20억원을 투자했지만 결국 투자금 전액을 손해봤다. 당시 학창시절은 44억원의 적자를 보던 기업이었다. 그 해 한국전파기지국이 소프트픽셀 등 업체의 지분을 확보하려 투자에 나선 금액만 176억여원에 달했다. 한국전파기지국의 2008년 순이익은 45억원 정도에 불과해 이익금의 4배가 넘는 돈이 지분 투자에 투입된 것이다.
이 밖에도 한국전파기지국은 위성 DMB 서비스 업체인 티유미디어콥에 21억원을 투자했다가 18억원의 손실을 입는 등 지난해까지 총 200억원 가량의 지분 투자에 나섰다가 143억원 정도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한국전파기지국의 순이익(94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며 투자금의 70% 이상을 손해 본 명백히 실패한 투자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배종혁)는 이 같은 한국전파기지국의 투자 형태가 정상적인 투자라기보다는 장석하 대표 부자의 개인적인 기업 인수 목적의 투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임원들과 공모해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했다가 회삿돈을 손해 보게 한 배임 혐의가 짙다는 것이다. 장 부회장은 셋톱박스 전문업체인 홈케스트의 인수합병을 하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운영하던 현대디지탈텍(현 제이비어뮤즈먼트)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현재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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