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국빈 방한 중인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은 어제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에 이어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10개항의 공동성명 및 부속서를 채택했다. 양국간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증진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게 핵심이다. 연내 한중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원ㆍ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등 경제ㆍ통상ㆍ금융 협력을 확대하며 인문유대와 인적ㆍ문화적 교류를 통한 양국 국민간 정서적 유대감을 심화하자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지난해 6월 박 대통령 방중 시 한중미래비전 공동성명을 채택한 데 이어 이번 정상회담 성과로 양국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향해 한 단계 전진하게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무엇보다도 두 정상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및 안정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북한 핵 개발에 대해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핵 대신 한반도 핵이라고 표현했지만 시 주석이 중국 최고지도자 가운데 처음으로 북한에 앞서 남한을 방문했다는 상징성에 더해 김정은 정권에 분명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양국 정상은 북핵 6자회담 참가국들이 공동 인식을 모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도 견해를 같이 했다. 이 역시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는 북한에는 압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양국 정상이 북한으로 하여금 진정성을 갖고 6자회담에 나오도록 하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앞으로 긴밀한 협의를 통해 풀어야 할 숙제다.
또 하나 아쉬운 건 최근 고노 담화 검증과 집단자위권 헌법해석을 통해 전쟁 가능한 나라로 치닫고 있는 일본 아베 정권에 대해 공개적인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동기자회견과 공동성명에서는 전혀 언급 하지 않았다. 다만 위안부 문제의 공동연구와 자료협조 등을 부속서에 담았을 뿐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지지하는 동맹국 미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향후 한일관계 변화 여지도 염두에 뒀을 법하다. 그러나 일본의 도발과 헌법 재해석에 분노하는 국민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인 만큼 향후 대응이 중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은 북핵 위협과 일본의 가속되는 우경화 등으로 어느 때보다 동북아의 긴장과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열려 역내외의 비상한 관심과 주목을 모았다.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진 어제만 해도 일본 아베 정부는 북한과의 납치자 문제 협상 진전을 내세워 독자적인 대북 제재의 일부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강력한 희망을 피력하고 있는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국 배치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 성과를 포함해 역사상 최대 밀월이라는 한중 관계를 한 순간에 흔들어버릴 수 있는 폭발성을 지니고 있다.
정부는 미중 패권 경쟁 와중에 한반도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정세에 주도면밀하게 대처함으로써 국가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창조적인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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