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의 경제분야 합의는 주목할 만한 것이 적지 않다. 최대 성과는 양국간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원ㆍ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국내에 개설키로 한 점이다. 이를 위해 서울에 나와 있는 중국인민은행을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하는 한편, 중국 증권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위안화 적격 외국인기관투자자(RQFII) 자격을 한국에 800억위안(약 13조450억원) 규모로 부여한 건 고무적이다. 이번 합의는 1992년 수교 이후 22년간 계속돼 온 양국 간 경제협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박근혜 대통령도“양국 간 금융인프라 구축에 큰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우선 이번 합의는 정부가 추진 중인 ‘위안화 허브’ 구축을 앞당길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현재 중국 정부는 위안화 결제의 국제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홍콩 싱카포르 런던 등 국제 금융 중심지들도 위안화 역외거래 허브가 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고, 여기에 한국은 뒤늦게 뛰어든 상황이다. 그런데 지난해 한국의 대중(對中) 교역은 2,300억달러, 무역흑자는 600억달러에 달하지만 수출과 수입의 대부분이 달러로 이뤄지고 있어 위안화 결제 비중은 각각 1.6%와 0.7%에 불과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직거래 시장이 개설되면 기업들이 달러화 환전 없이 무역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해 최소 3~5%의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현재 홍콩을 통해 이뤄지는 위안화 청산결제가 국내에서 일일 단위로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위안화 여유자금을 800억위안까지 중국 증권시장에 투자하는 길이 열린 건 직거래 시장의 성공적 운영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현재 홍콩은 2,700억위안, 런던은 800억위안까지 대중 직접투자가 가능하다. 아울러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 위안화 관련 금융상품 개발 등으로 침체된 국내 금융산업이 호기를 맞을 수 있다. 대외 결제수단이 다양해지면서 달러에만 의존할 때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대처 능력도 높아지게 된다.
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은 국내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사건이다. 하지만 새로운 과제도 던져주고 있다. 단순한 결제 차원을 넘어 수준 높은 투자ㆍ융자 상품 및 파생금융 상품을 개발하려면 뒤떨어진 국내 금융시스템의 업그레이드와 함께 전문성을 지닌 인재양성이 시급하다. 금융권과 당국은 이번 합의를 국내 금융산업의 도약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후속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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