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북 제재 일부 해제
납북자 재조사 성과 있을 땐 직접 북한 방문할 가능성 커
소득 없으면 '北에 퍼주기' 비난, 한미와 북핵 공조 균열 우려는 부담


일본인 북한 납치자 재조사 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1, 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일 국장급 협의에서 납치자 문제를 담당하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회 직속에 두고 조사하겠다는 북한의 설명에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한 일본은 독자적인 대북 제재조치를 완화키로 했다. 집단적 자위권 해석변경 각의결정으로 경색된 국내 정치문제를 납치자 문제 해결로 수습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지만, 북핵 문제와 관련 공조 체제를 보여온 한미일 동맹에 금이 가는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일본 정부가 3일 공개한 북한의 설명 개요에 따르면 납북자 재조사를 실시하는 특별조사위원회는 북한의 최고지도기관인 국방위원회로부터 모든 기관과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는 특별권한을 부여받았다. 총 인원은 30명 가량이며, 납치 피해자의 안부 정보를 담당하는 비밀경찰조직인 국가안전보위부를 비롯, 인민보안부, 인민무력부, 인민정권기관(지역 인민위원회) 및 기타 기관과 관계자가 참가한다.
조사위는 납북피해자, 행방불명자, 일본인 유골문제, 잔류일본인 및 일본인 배우자 등 4개 분과회로 구성해 늦어도 가을까지 1차 조사결과를 일본에 통보할 예정이다. 일본은 조사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일본 경찰청 관계자 등을 평양에 수시로 파견, 조사과정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북한이 국장급 협의에서 두자릿수의 납치 피해자 생존자 명단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2004년 고이즈미 정권에서 북한과 납치자 재조사에 합의했지만 북한이 조사 범위나 태도 등에서 소극적이어서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이후로 일본 내에서는 대북 불신감이 더 팽배해졌다. 하지만 조사자 명단과 조직에 대한 북한의 설명을 들은 아베 정권이 이번 조사에 적잖이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기대를 넘어선 결과가 나온다면 아베 총리가 직접 방북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8월 25일부터 예정된 중앙아시아 순방을 연기한 것이 방북에 대비한 것일 가능성을 전하기도 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시점에서는 아베 총리의 방북은 예정돼있지 않다”며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납치자 조사 결과에 따라 방북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대북 제재를 둘러싼 일본과 북한의 화해 무드가 자칫 아베 정권에 부담을 주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납치자 문제의 핵심인물인 요코타 메구미가 살아있다는 정보를 북한으로부터 얻지 못하면 제대로 된 해결 없이 납치 문제 시비를 끝내는데 이용당했다고 비판 받을 위험성도 있다는 것이다. 교도통신은 “북한은 밑바닥 경제로 여겨지는 경제 재건을 위해 일본 자금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조사와 검증이 엄격하지 못하면 부분 제재 해제 조치로 북한에 퍼주기만 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가 핵, 미사일 문제보다 납치 문제 해결을 앞세워 대북 압력보다 대화를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데 대한 한국과 미국의 시선도 곱지 않다. 역내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가 핵개발 의지를 꺾지 않는 북한의 태도로 사실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일본의 독자 제재 해제는 ‘대북 공조’ 균열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방미 중인 기시 노부오 외무성 부장관이 1일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를 만나 제재 해제 방침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은 일본도 이런 점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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