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적 공동체에 대한 어떤 평론가의 글을 읽다가 후쿠시마 원전 피폭 현장 투입을 거부하고 사표를 낸 후 낙향을 한 일본 자위대원들의 초상을 떠올리게 되었다. 사정은 이렇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당시 가공할 만한 쓰나미에 후쿠시마 원전이 파괴된다. 방사능 노출이 심각한 상황에서 자위대는 대원들을 현장에 급파하지 않아 일본 국민의 공분을 산다. 뒤늦게서야 자위대가 대원들의 현장 투입을 결정하자 적지 않은 수의 자위대원이 사표를 내고 낙향한다. 국가재난시 구조활동을 벌이는 것이 중요한 의무일 자위대원이 국가의 명령에 불복하고 사표를 내고 낙향한 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행동으로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이다. 우리가 공유하고 합의하고 있는 공동체의 윤리적 상식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소설가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소설가라면 그 자위대원 개인의 비겁, 분열, 공포와 불안의 상황을 이해해야만 한다고. 그것을 비난하기에 앞서, 포기할 수 없는 개인의 삶과 사랑하는 가족과 실체 없는 명예와 위신 사이에서 그가 느꼈을 고독, 그 극한의 고독과 자기혐오를 수반하는 카오스의 상황에 몰아세워진 작고 누추한 개인의 영혼을 이해해야 한다고. 나는 그것이 사회윤리와는 좀 다른 지점에 있는 문학의 윤리라고 생각한다. 의무를 저버린 자위대원을 비판하고 비난해야 한다면, 나는 그것을 소설가가 아닌 공동체 구성원인 개인의 자격으로 할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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