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이례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허정무 협회 부회장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의 부진을 사과했다.
허 부회장은 "국민의 희망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떠난 대표팀이 큰 실망을 안겨드려 사과드린다"며 "모든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축구협회가 그간 갖은 비판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전례를 고려할 때 이런 사과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몽규 협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정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협회는 2011년 사령탑 '밀실경질' 파문, 직원 비리, 2012년 런던올림픽 독도 세리머니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 등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고자세를 보였다.
축구협회를 수뇌부가 사유화한 까닭에 이런 현상이 계속 되풀이된다는 여론의 지적이 쏟아졌다.
실제로 대한축구협회는 완벽에 가까운 사조직 체계를 확보하고 있어 밀실논의, 불통행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의 가맹단체이기는 하지만 받는 국고 지원금이 협회 예산의 1%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회원으로서 다른 종목의 경기단체와 달리 강도 높은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협회는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의 승인 없이 보고만으로 협회 헌법에 해당하는 정관을 개정할 권한을 지니고 있을 정도다.
FIFA는 국가나 정치권이 회원 협회의 행정에 개입하면 자격을 정지하거나 박탈해 A매치를 치를 수 없도록 제재하고 있다.
실제로 축구협회는 2012년 잇따른 비리와 부실행정으로 국정감사에 책임자들이 소환됐을 때 국고가 전체 예산의 1%밖에 되지 않아 피감기관이 아니라는 점, FIFA가 보장한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자료제출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협회가 1천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굴리는 주된 동력은 대표팀에 대한 국민의 절대적 지지인 까닭에 적지 않은 공공성을 가지고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기업들의 후원, 방송 중계권료 등 협회 예산의 상당 부분이 국민의 성원으로부터 나오기에 실질적으로는 사조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날 대한축구협회의 대국민 사과는 수뇌부가 협회 활동의 공공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로 비쳐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월드컵 부진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임기대응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
참패의 책임소재와 관련한 답변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사실, 한국 축구에 대한 국민의 비판장인 자유게시판을 최근 폐쇄했다는 사실 등에서는 이날 사과가 '악어의 눈물'일지도 모른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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