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일부 제한' 규정서 강화, 노사협약 체결 과정서 진통 클 듯
정부가 이번엔 ‘성과급 전액 삭감’ 카드를 꺼냈다. 이쯤 되면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용 채찍은 거의 다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부채과다기관 성과급 50% 삭감, 기관장 해임 및 임금동결 예고 등으로 공공기관은 이미 궁지에 몰린 상황. 더구나 이번 방침은 제재 범위를 넓힌데다 노조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대치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거센 반발과 진통이 예상된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최근 2014년도 경영평가 편람(기준) 성과급 규정을 ‘일부를 제한할 수 있다’에서 ‘일부 또는 전부 제한할 수 있다’로 바꿨다. ‘부채상위 기관 10개’이던 성과급 제한 대상은 ‘방만경영 정상화 미(未)이행 및 부채중점관리 기관’(중복포함 119개)이라고 수정했다.
이는 경영평가를 받는 모든 공공기관에게 성과급을 한 푼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나 다름없다. 아무리 실적이 좋아져도 경영이 방만하거나 빚을 줄이지 못하면 성과급 불이익을 각오하라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2013년도 경영평가에서 성과급 대상인 C등급 이상을 받은 한국전력, 수자원공사, 도로공사, 석유공사, 철도시설공단, 광물자원공사 등 6개 기관 임직원의 성과급을 ‘일부 제한’ 규정에 따라 50% 깎은 바 있다. 이들은 모두 부채상위 10곳에 해당되는 기관들이다. 이번 편람대로라면 내년에 C등급 이상을 받은 기관 중에는 부채 수준과 관계없이 성과급 제로(0) 기관이 나올 수도 있다.
문제는 이번에 포함된 방만경영 해소 여부다. 부채 감축은 구조조정과 자산매각 등 경영으로 풀어갈 수 있지만 방만경영은 노사 협력이 필수다. 부채감축, 방만경영 정상화 이행 계획을 내놓고도 정작 노조의 반발에 막혀 애를 먹는 공공기관들이 많다. 복리후생비 삭감, 퇴직금 산정 개선 등은 노조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방만경영 정상화 이행=단체협약 타결’이라고 못박은 상황. ▦방만경영 55개 점검항목을 포함해 노사간 단체협상을 타결 및 서명할 것 ▦인사 보수 관련 사규 등 모든 규정을 개정할 것 ▦관련한 노사 이면합의가 없을 것 등의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성과급 전액 삭감 가능성을 열어둔 건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정부는 이런 극약처방이 실제 먹히고 있다고 판단한다. 단체협약 타결 1차 접수 마감인 지난달 30일까지 39개 방만경영 및 부채과다 중점관리기관(신규로 산업은행 포함) 중 15개 기관이 노사 협약을 타결했다. 특히 방만경영으로 지목된 21개 기관 중에서는 절반이 넘는 12개(57%)가 타결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관들은 퇴직금 가산지급 폐지, 과도한 고교 학비 지원 축소, 경영평가성과급 퇴직금 산정 제외, 유가족 특별채용 폐지 등을 노사 협약에 포함시켰다. 한국거래소는 70만원에 달하는 창립기념일상품권 지급 등 23개 항목을 개선했고, 원자력안전기술원은 배우자 정밀검진(140만원) 등을 없앴다. 수출입은행의 개선 항목(28개)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1차 접수(당초 지난달 25일) 때 내건 당근을 감안하면 진도가 빠르다고 볼 수 없다. 정부는 단체협약을 조기에 달성하면 10월 예정된 중간평가에 앞서 이달 2주간 1차 평가를 해 방만경영 중점관리대상에서 빼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족쇄를 두 달이나 빨리 풀어주는 것으로, 희망 기관을 대상으로 접수를 받겠다고 했지만 공공기관들은 사실상 압박으로 인식했다.
여전히 절반이 넘는 기관들이 노사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건 그만큼 진통이 심하다는 얘기다. 실제 수공은 퇴직금 산정기준에 대한 노사 이견으로 이번 마감을 지키지 못했다. 수공은 현재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렸다. 2, 3개 사항을 합의하지 못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부분 이행 실적만 제출해 퇴짜를 맞았다. 코스콤 노사 역시 2분기 안에 달성하겠다던 1인당 복리후생비 51.1% 감축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임직원의 임금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성과급 제한 대상 및 규모 확대는 차차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일정대로 차질 없이 정상화 계획이 이행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단체협약 최종 마감을 9월말까지로 정한 만큼 시간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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