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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 3사, 채권 출자 전환 거부… 벼랑끝 팬택

입력
2014.07.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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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투자 요인 발생 우려" 채권단 회생계획 큰 차질

팬택 경영실적 /2014-07-02(한국일보)
팬택 경영실적 /2014-07-02(한국일보)

이동통신업체들이 채권은행의 팬택 채권 출자 전환 요청에 대해 거부하기로 내부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팬택의 회생 작업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2일 이통사 관계자는 “팬택의 경영 위기는 이통사 출자 전환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출자 전환 반대 의견을 4일 채권은행에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통3사는 지난달 30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들이 출자 전환 요청을 위해 각 사를 방문했을 때도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현재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들은 팬택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지속하기 위해 총 4,800억원 규모의 팬택 채권의 출자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 중 1,800억원의 채권을 보유한 이통 3사가 동의해야 한다. 채권은행단은 이통 3사가 1,800억원의 채권을 출자전환하는 것을 전제로 은행들이 보유한 3,000억원의 채권도 출자전환할 계획이다.

이통사들이 보유한 채권은 두 가지 요인으로 발생한 미수금이다. 휴대폰 가격을 중간에 내릴 경우 인하 전 가격으로 휴대폰을 구입한 이통사들에게 제조사가 손실금의 일부를 보전해 주는데 아직 팬택으로부터 받지 못한 보전금과 휴대폰 판매시 고객에게 지급하는 보조금 중 휴대폰 제조사가 부담해야 할 보조금이 그것. 각 사 별로 보유한 채권 규모는 SK텔레콤이 900억원으로 가장 많고 KT 500억원, LG유플러스 400억원 등이다.

채권은행단은 팬택의 채무 상환 유예 만료일인 4일까지 이통 3사가 보유한 채권을 지분 투자로 전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래 팬택은 올 3월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지난달 4일까지 모든 채무가 유예됐고, 이후 채권단 요청에 따라 만료일이 1개월 연장됐다. 채권은행단의 계획은 출자 전환을 통해 2018년까지 팬택의 원금 상환을 유예하고 경영을 정상화시키겠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통사들의 출자전환 거부로 채권단의 회생계획은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이통사들이 출자거부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일단 출자 전환을 하면 향후 지속적인 추가 투자 요인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팬택에 출자 전환을 하면 이통사들은 주주가 된다”며 “팬택의 경영이 더 어려워지면 주주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 때문에 추가 출자 권유를 피할 길이 없는데, 그렇게 되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배임 소지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그룹 계열사들은 단독 결정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외부 업체의 지분을 인수하는 문제여서 그룹에서 부담을 느낀다”며 “단독으로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거부의 이면에는 팬택의 회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이통사들의 판단도 깔려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팬택이 만든 스마트폰은 아주 우수하지만, 품질만으로 판매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브랜드 인지도, 보조금 등의 마케팅 능력이 갈수록 더 중요한데 팬택이 대기업들과 돈 싸움에서 이겨내기 힘들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통사들은 1,800억원 채권 회수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출자 전환을 하든 하지 않든 어차피 1,800억원을 팬택으로부터 받기 힘들다고 본다”며 “이통사들 입장에서는 출자 전환을 하지 않는 것이 그나마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사의 출자거부 방침에 팬택은 속이 타는 상황이다. 출자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팬택은 파산을 막기 위해 법정 관리로 갈 수 밖에 없다. 팬택 관계자는 “법정 관리 중인 회사의 휴대폰을 누가 사겠느냐”며 “그렇게 되면 이통사들도 지금 보유중인 수백억원대의 팬택의 재고도 모두 추가 손실로 떠안아야 하는데, 모두가 살기 위해서라도 이통사들의 출자 전환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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