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균 자주국방 네트워크 대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젊은 시절을 희생하며 군복무를 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받는 대가는 월 10여만원에 불과하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16만6,000원으로 결정됐으니 병사들은 법정최저임금의 10%만 받고 봉사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 고성군 22사단의 일반전초(GOP)에 근무하던 임모 병장이 동료장병들을 5명이나 사살하고 9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사건은 우리 병사들이 얼마나 형편없는 대우를 받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 사건으로 이렇게 큰 사상자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는 병사들에게 방탄복이 제공되지 않아서다. 2,000년 전의 신라군, 1,000년 전의 고려군도 공격용 무기인 창과 방어구인 방패를 동시에 갖췄다. 거기에 더해 병사들은 목까지 보호되는 갑옷도 입었다. 조선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같은 땅의 후손이면서 단군 이래 가장 잘산다는 대한민국 군대는 병사들에게 공격용 무기만 줄 뿐 방패나 갑옷은 나눠주지 않는다. GOP는 언제 북한의 도발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실탄을 소지한다. 그러나 우리는 공격용 총과 실탄만 있을 뿐 적의 실탄에 대해 내 몸을 보호할 장구가 없다. 예산부족이라는 핑계로 총알을 막아낼 신형헬멧의 보급은 지지부진하다. 아직도 상당수의 병사들은 총알에 뚫리는 구형헬멧을 쓰고 작전에 투입된다. 방탄조끼는 전방사단 중 불과 1개 대대 분량 뿐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 군대는 보병은 물론 포병, 공병 등 모든 병과의 병사들이 훈련과 작전을 할 때 방탄복을 입는다. 우리 군은 전투병에도 방탄복이 없다. 지금 한국군을 옛날 군대와 비교하면 투구나 갑옷, 방패 없이 맨 몸에 창만 들고 적의 화살이 난무하는 전투현장으로 돌격하는 형국이다.
임 병장 대역이 실려 온 K-311 앰뷸런스 트럭도 심각한 문제다. 한국군의 앰뷸런스 트럭은 미국 크라이슬러 닷지사에서 1967년에 만든 모델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이 차는 워낙 오래 전에 개발돼 승차감이라는 개념조차 없다. 임 병장처럼 총상을 입고 지혈을 한 환자가 이 차량 뒤에 타고 야전을 달린다면 최악의 승차감으로 인해 상처가 다 터져버릴 것이다. 선진국 군대에는 앰뷸런스 장갑차가 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투현장 한가운데 부상병이 있다면 6ㆍ25때처럼 병사들이 업고 빠져 나와야 할까? 아니다. 총탄이 뚫리지 않는 장갑차가 가서 구해온다. 그게 바퀴형 앰뷸런스 장갑차이다. 이건 승차감도 좋아서 상처가 터지지 않는다. 우리 군 수뇌부가 병사들의 생명을 소중히 생각한다면 전력우선 순위에서 이런 생명존중 장비들을 가장 앞에다 놓아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선순위 타령하며 항상 뒤로 밀리는 것을 보면 우리 군은 병사들의 생명 가치를 후순위에 놓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또 있다. 동네 꼬마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때 부모들은 무릎과 팔꿈치를 다치지 말라고 보호대를 채워준다. 그렇게 고이 키운 아들들이 군대에 가서 더 가혹한 각개전투를 하는데도 무릎이나 팔꿈치 보호대를 지급받지 못한다. TV에 나오는 미군을 보면 하나같이 무릎과 팔꿈치 보호대를 하고 있다. 어쩌면 미군들보다 훨씬 더 귀하게 자랐을지도 모르는 우리 장병들은 왜 군대에서 이런 보호를 받지 못하나? 이런 보호대는 전투력과도 직결된다. 총을 들고 땅바닥으로 몸을 날려 피하고 사격해야 하는 전투상황에서 보호대가 없으면 아파서 몸을 날리지 못하고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 천천히 엎드리게 된다. 이 때 적의 총탄이 병사의 몸을 꿰뚫을 수도 있다.
군 수뇌부는 항상 예산과 전력우선 순위이라는 핑계를 대는데 우리 병사들에게 일본자위대처럼 월급을 500만원씩 주는 상황이라면 이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 국방장관으로 취임할 한민구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때 지적된 병사들 처우 문제를 반드시 실행에 옮겨주기 바란다. 우리 젊은이들이 불과 1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으면서도 탁월한 애국심으로 군 복무를 한다 해서 그들의 생명도 10만원으로 봐서는 안 된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임을 명심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