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혐의 팽씨와 대포폰으로만 통화…범행 후 버려
경찰, 입금기록 확인…범행 지시한 문자는 확보 못해
"자녀 학비·생활비 해결해 주겠다" 팽씨 아내에 제안도
재력가 송모(67)씨를 청부살인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44) 서울시의원이 대포폰을 사용하고 버리는 등 치밀하게 물증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찰은 살인미수에 그친 2월 24일에도 김씨가 살인을 지시한 팽모(44)씨와 수차례 통화하는 등 간접증거가 충분해 혐의 입증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김씨와 팽씨에게 각각 살인교사와 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김씨가 팽씨에게 송씨를 살해하라고 지시한 통화나 문자 내용은 확보하지 못했다”며 “팽씨와 통화할 때 쓰던 대포폰을 사건 후 버리는 등 용의주도하게 범행을 벌였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2년 12월 다른 사람 명의로 대포폰을 개통해 올해 3월 6일 팽씨가 중국으로 출국할 때까지 사용했다. 사건 사흘 후인 이 날 김 의원이 팽씨를 자신의 승용차로 인천국제공항까지 태워줬다.
경찰은 김씨가 대포폰으로 팽씨에게 살인을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김씨는 오직 팽씨와 통화할 때만 이 대포폰을 사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팽씨가 송씨를 살해하려다 실패한 2월 24일과 사건이 일어난 3월 3일에도 범행을 전후해 김씨와 대포폰으로 여러 차례 통화한 기록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대포폰을 사용한 곳이 김씨의 집과 서울시의회 등에 한정된 점도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지 않기 위해 집과 집무실에서만 통화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김씨의 변호인은 “팽씨가 김 의원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돈을 노리고) 송씨를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강도 목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경찰은 “돈이 목적이었다면 범행 현장의 송씨 가방에 든 현금 500만원과 금고 안에 있었던 1억원을 그냥 둘 리 없다”며 “팽씨가 송씨의 가방에서 종이봉투만 들고 나왔는데, 김씨가 부탁한 차용증이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팽씨가 송씨를 살해할 때 주저한 흔적도 강도 목적의 범행이 아니라는 근거로 보고 있다. 그러나 흉기로 추정되는 도끼는 확보하지 못했다. 팽씨는 범행 직후 인천의 한 사우나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인근 산 아래 식당 쓰레기더미에 흉기를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와 팽씨의 금전 거래기록을 확보했다. 김씨가 사건 직후인 3월 3일과 5일 경기 부천에서 각각 130만원, 160만원을 인출한 기록과 함께 팽씨가 3월 5일 부인 통장에 300만원을 입금한 은행기록이다. 김씨가 중국에 있는 팽씨에게 200만원을 보내준 내역도 확인됐다. 김씨 측은 “형편이 어려운 팽씨를 도와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경찰은 도피자금으로 보고 있다. 팽씨의 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국에 있는 남편이 김 의원에게 전화하면 돈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며 “3월 말과 4월 말 강서구 한 카페에서 김 의원을 만나 각각 현금 100만원과 150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송씨 소유 S빌딩 일대 토지를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구로 용도변경해주는 대가로 5억2,00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해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할 예정이었으나 살인교사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진술을 거부하고 대가성을 입증할 명백한 물증도 부족하다”며 “다만 팽씨 진술이 구체적이고 여러 간접 증거들을 통해 살인과 살인교사 혐의 입증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김진욱기자 kimjinu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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