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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평가하는 최고 선수는?

입력
2014.07.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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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보는 세상] <10> 숫자로 평가하는 최고 선수는?

단타·장타 구별 안되는 야구선수 타율엔 한계

출루율 등 여러 기록 합쳐야 진짜 기여도 나와

WAR은 이러한 지표들을 결합한 수치로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여러 지표를 사용하여 승수에 대한 선수의 기여도를 따지는 것이다. 과연 어떠한 지표들이 얼만큼 승수에 기여하는지를 과거의 데이터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해 WAR를 산출하는 공식을 만들어내는데, 사람에 따라 만든 공식에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WAR은 이러한 지표들을 결합한 수치로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여러 지표를 사용하여 승수에 대한 선수의 기여도를 따지는 것이다. 과연 어떠한 지표들이 얼만큼 승수에 기여하는지를 과거의 데이터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해 WAR를 산출하는 공식을 만들어내는데, 사람에 따라 만든 공식에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몇 해 전 미국에서 서점에 들른 적이 있다. 스포츠잡지 진열대를 지나쳤는데, 마침 야구시즌 개막 직전이라 팀 전력 분석과 지난 시즌 선수들의 활약 리뷰를 담은 잡지들이 많았다. 그 중 하나를 집어 들어 지난 시즌의 최고 선수 명단을 훑어보았다. 그 명단에서는 선수들을 WAR라는 수치로 평가하였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라 조금 읽다 말고 결국 진열장에 잡지를 고이 돌려놓고 서점을 나왔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러한 수치들은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라는 방법론에서 나왔다. 한 경기가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축구와 다르게 타석에 따라 플레이가 진행되는 분절적 스포츠인 야구는 경기를 이루는 많은 요소들을 좀더 쉽게 수치화할 수 있다. 야구가 처음 프로리그 형태로 발전된 19세기 말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는 타율, 방어율 등 야구계에서 사용되는 수치들에 큰 변화가 없었다. 1970년대 말 들어 미국의 야구 저술가 빌 제임스가 처음 연구한 세이버메트릭스는 이러한 고전적인 수치들의 한계를 보완하여 야구 경기를 좀더 객관적이고 수학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세이버메트릭스의 핵심은 선수들이 지닌 가치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수치를 탐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해진 타석에서 10개의 1루타를 만들어낸 타자 A와 9개의 2루타를 만들어낸 타자 B가 있다고 하자. 안타의 숫자를 타석 수로 나눈 타율은 A가 더 높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B를 더 높이 평가할 것이다. 타석에는 포함되지 않는 ‘볼 넷’의 수도 B가 더 많았다면 B가 A보다 확실히 더 가치 있는 선수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세이버메트릭스에서는 타율보다는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지표인 OPS를 더 선호한다. OPS를 적용하면 A보다 B가 더 나은 선수다.

WAR은 이러한 지표들을 결합한 수치로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여러 지표를 사용하여 승수에 대한 선수의 기여도를 따지는 것이다. 과연 어떠한 지표들이 얼만큼 승수에 기여하는지를 과거의 데이터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해 WAR를 산출하는 공식을 만들어내는데, 사람에 따라 만든 공식에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이러한 새로운 지표들이 가치를 인정받고 널리 전파되었다. 미국이나 한국, 일본 등 야구가 인기가 많은 나라에서는 전문적으로 야구 선수들의 기록을 다루는 웹사이트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중에는 상당히 복잡하게 산출되는 지표들도 많다. 이러한 작업은 꼭 수학자나 통계학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즐기면서 시도해볼 수 있다.

물론 세이버메트릭스에 대한 반박도 많다. 영화 ‘머니볼’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따른 갈등 양상이 생생하게 묘사되기도 했다. 사람이 하는 경기인데 숫자와 통계에 집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도 세이버메트릭스에 의존하여 팀을 운영한다고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수치화하기 힘들어 보이던 행위들을 좀 더 수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시도는 최근 야구팀들에게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큰 성과로 연결되기도 했다.

미국 서점에서 느꼈던 당황스러움과 거부감은 새로운 지표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자 흥미로움으로 바뀌었다. 스포츠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적당한 규칙을 가진 대상이 있다면 수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시도해볼 만하다. 초반에 느껴지는 진입 장벽을 넘어선다면 같은 대상에서 전에 보이지 않던 점을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 생긴다.

현윤석 고등과학원 수학부 연구원

현윤석 고등과학원 수학부 연구원/2014-07-02(한국일보)
현윤석 고등과학원 수학부 연구원/2014-07-02(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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