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난 노경은 유희관 두산 절망감 지워
“저희도 당황스럽네요.”
모든 팀이 그렇듯 두산도 위험 요소를 안은 채 시즌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1군 지휘봉을 잡은 송일수 신임 감독, 팀을 떠난 베테랑 자유계약선수(FA),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 속에 잠실로 입성한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 타자 호르헤 칸투…. 모든 게 순탄하게 흘러가면 로또, 그렇지 않으면 쪽박이었다. 오프시즌 동안 대대적으로 팀을 바꾼 두산의 2014시즌은 풍작 또는 흉작의 가능성이 동시에 보였다.
그러나 정작 팀을 위기로 몰아 넣은 건 ‘뉴 페이스’들이 아니었다. 믿었던 토종 투수들의 극심한 부진이 선전하던 잠실 곰들을 핀치로 몰아 넣었다. 오른손 에이스 노경은(30), 풀타임 2년차를 맞은 유희관(28)이 5월부터 갑자기 제 공을 던지지 못했다. 여기에 두산은 두 명의 외국인 투수 니퍼트와 볼스테드마저 좀처럼 승수를 쌓지 못하며 5할 승률까지 무너졌다. 2일 현재 성적은 34승35패로 5위.
노경은은 5월 5경기에서 4패에 10.27의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6월 한 달 간도 5경기에서 1패에 13.2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벤치에서 고개를 숙이는 일이 많았다. 송일수 감독은 “선발로 부진한 투수들이 불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적이 많다”면서 노경은의 보직을 변경하는 극단의 조치를 취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공을 던진 뒤 상체가 일찍 들리면서 포크볼 등 변화구가 떨어지지 않았다.
유희관은 장점인 제구가 흔들렸다. 심판들의 좁은 스트라이크 존 때문인지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지 못했다. 4월 5경기에서 3승에 2.04의 평균자책점으로 생애 첫 월간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그의 5, 6월 성적은 4승4패에 평균자책점 6.59. 5실점 이상한 경기가 6차례 있었고 그 중 두 번은 8실점하며 무너졌다.
그래도 다행히 노경은과 유희관이 최근 살아났다. 노경은은 선발 복귀전인 지난 1일 광주 KIA전에서 6이닝을 4안타 3실점으로 막고 67일 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유희관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27일 잠실 넥센전에서 7이닝 2실점의 호투로 시즌 7승(4패)째를 따냈다. 박병호 등 넥센 강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이 때문에 패배 의식, 절망감에 휩싸인 두산 덕아웃도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두 명의 투수 보다 홍성흔, 김현수, 오재원 등 야수들이 더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이제 막 1경기를 잘 던졌을 뿐이지만 두산은 결국 투수들, 특히 토종 선발 투수들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함태수기자 hts7@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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