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클링 냉장고ㆍ가습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결합상품 전성시대
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 토파즈홀의 주인공은 나란히 세워진 정수기 8대였다. 이 정수기들은 청호나이스가 세계최초로 개발한 커피얼음정수기 ‘휘카페’다. 정수기 오른쪽 상단 버튼을 누르고 30초 정도 기다리다 옆 버튼을 누르자 고소한 냄새와 함께 진한 검정색 에스프레소가 컵에 또르르 담겼다. 이석호 청호나이스 대표이사는 “휘카페는 5년이 넘는 준비과정을 거쳐 출시한 올해 야심작”이라며 “정수기와 커피시장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생활가전용품 시장에 두 가지 이상 기능을 합친 이른바 ‘결합상품’ 바람이 거세다.
LG전자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얼음정수기냉장고는 한 달에 2,000대 이상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정수기냉장고는 300만원 대부터 대용량은 50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이라 업계에서는 히트작으로 평가된다.
뒤질세라 삼성전자는 스파클링 워터(탄산수) 제조기능을 더한 스파클링 냉장고를 올해 5월 출시했다. LG전자의 정수기냉장고에 맞대응 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의 결합상품이다.
올해 초미세먼지 공포가 엄습하자 가습기에 공기청정기 기능을 합친 가습공기청정기들도 다시 상종가를 치고 있다. 각 업체들은 저마다 초미세먼지 제거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식구가 적은 가정은 김치냉장고를 따로 장만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한 다목적 냉장고도 반응이 좋은 결합상품이다. LG전자가 올 5월 냉장고 중간에 김치냉장고를 넣은 냉장고를 출시하는 등 각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합치고 있다.
어느새 웬만한 가정과 사무실에서 하나씩 놓여있는 정수기는 결합상품의 대표격이다. 1980년대 말 국내에 첫 등장한 정수기는 2003년 세계최초로 얼음 제조기능을 탑재한 데 이어 커피포트를 결합한 정수기, 와인을 저장할 수 있는 와인셀러 정수기 등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얼음정수기에 캡슐커피머신을 합친 휘카페를 출시한 청호나이스는 소비자 기호를 고려해 커피 이외에 녹차 등 차(茶)를 마실 수 있는 캡슐도 공급할 계획이다.
결합상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편리함과 효율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수기나 김치냉장고가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고, 커피머신이 정수기와 합체하면 그만큼 주방공간에는 여유가 생긴다. 두 제품을 각각 구입해 사용하는 것보다 구입비용이나 전기요금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LG전자 관계자는 “결합상품에 대한 반응이 좋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상품 개발을 위해 계열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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