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 Word Play (재미있는 말)
Golden Hour vs. Golden Time (치명적 시간)
국가적 대형 참사를 겪으면서 Golden Time이라는 용어가 일상어가 됐다. ‘사건 발생 초기의 치명적 시간으로, 이 때를 놓치면 구제나 생존이 어려워지는 시기’로 쓰이는 듯 하다. 그러나 이 말은 순수 영어 표현이 아니며 그 내용과 의미 역시 왜곡된 것이다. 이 말을 가장 애용하는 나라가 일본이고 그 다음이 한국이다. 이상하게도 한국은 영어를 더 못하는 일본식 영어 표현을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
영어에서 유사한 뜻의 정통 표현은 Golden Hour다. 미국의 외과 의사 A. Cowley가 1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군의 사망과 부상 데이터를 분석한 뒤 사용한 표현으로 ‘치명상을 입고 1시간 내에 응급 처치를 하지 못하면 생명 유지가 어렵고 생존해도 후유증이 심각해진다’고 주장한 데서 나왔다. 이 말이 의학계에서 자주 인용되자 그게 왜 하필 1시간이냐, 5분일 수도 있고 더 짧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래서 등장한 말이 magical time이다. 미국에서는 ‘Golden Hour’라는 비디오게임이 출시되고 TV 드라마로도 방영됐다. 같은 뜻으로 일본에서는 만화 영화가, 중국에서는 소설이, 한국에서는 TV 시리즈가 나왔는데 한중일 삼국에서는 모두 Golden Time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영어는 영어지만 원어민이 쓰지 않는 엉터리 영어 즉 Konglish 혹은 Japlish가 되는 이들 표현을 False Friend라고 부른다. 외견상 영어 단어인데도 ‘진짜 영어(true Friend)’가 아니라 ‘가짜 영어(false friend, pseudo-English)’라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전후해 TV에 출연한 전문가들이 출처도, 내용도 엉터리인 Golden Time을 전문용어인양 남용하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일본에서조차 Golden Time을 ‘제 때 응급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죽게 되는 치명적인 시간’이 아니라 ‘다치기 전에 친구나 가족과 나누었던 황금 같은 추억의 시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사용하는 Golden Time은 일본에서 사용하는 것과도 뜻이 다르다. TV 방송의 황금 시간도 일본식 영어 Golden Time이 아니라 Prime Time이다. 영어도 아니고 일본어도 아닌 말을 전문용어처럼 사용하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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