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부르크 발레단과 4∼6일 공연 안무가, 그녀를 목표로 만든 작품
"내 안의 여성성 모두 보여주고 싶어"

“엔리케가 나를 위해 안무한 것은 한 인간의 이야기다. 나는 사랑의 이야기가 중요하다. 이것은 결국 강수진의 이야기다.”
노골적 우경화의 길로 들어선 일본이 동북아시아에 짙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는 지금, 극히 일본적인 정서의 무대가 환영 받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그렇게 받았다. 결국 인간 강수진의 사랑 이야기라는 것이다.
서울 서초동 갤러리 마노에서 2일 열린 인스부르크 발레단의 ‘나비부인’ 기자회견장은 결국 강수진을 위한 자리였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4~6일 공연하는 ‘나비부인’은 푸치니의 동명 오페라를 원작 삼아 안무가 엔리케 발가가 만든 발레 작품으로, 일본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열 다섯살 게이샤 초초상과 미국 해군장교 핑커톤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한 발가는 “아름답고도 강인한 강수진을 ‘철의 나비부인’으로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강수진의 상대 발레리노 카를로스 라미레스는 “강수진은 좋은 선생님”이라며 “전막 리허설을 하고 나니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강수진은 “‘까말리아 레이디’ 이후 두 번째 국내 공연”이라며 “나를 위한 안무라는 사실이 극히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발가는 “강씨가 어린 나이에 외국으로 나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 많은 것을 희생했듯 초초상도 핑커톤을 위해 희생한 것”이라며 두 인물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발가는 또 “’나비부인’은 인스부르크 발레단의 첫 전막 공연작으로 수년 동안 공들인 작품”이라며 “강수진의 영혼의 울림을 통해,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여성성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안무가와 댄서의 긴밀한 교감이 갖는 의미를 새삼 밝혀줄 무대이기도 하다. 강수진은 “엔리케가 ‘당신의 나비부인’이라며 제안했을 때 여성으로 가질 수 있는 내면의 전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배역에 집중하는 순간,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나를 발견했다”고 만족을 표했다. ‘나비부인’은 지난해 10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초연해 10회 매진, 4회 추가 공연이라는 기록을 낳았다.
강수진은 ‘나비부인’의 국내 첫 공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왠지 저 자신이 드라마의 주인공 같았다”며 서사에 강한 유대감을 표했다. 자신이 감동했던 만큼, 다른 한국인도 좋아할 것이라는 기대다. 그는 “여러 음악 스타일과 제 동작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주목해달라”며 “모던에서 컨템퍼러리까지 두루 소화하는 군무 역시 일품”이라고 말했다. 타악 주자 6명이 빚어 올릴 동양적 색채감과, ‘어떤 개인 날’ 등 주옥 같은 선율을 배경으로 펼칠 무용수들의 군무는 강수진의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한다.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무대예요. 관객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했거든요.”
2월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 겸 단장으로 취임한 그는 2015년 11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오네긴’, 2016년 7월 은퇴 무대 등 두 개의 큰 무대를 남겨 두고 있다. ‘나비부인’은 국립발레단의 내년 첫 작품으로도 예정돼 있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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