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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의 윔블던…열아홉 신예, 나달을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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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의 윔블던…열아홉 신예, 나달을 넘다

입력
2014.07.0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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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키르기오스, 랭킹 1위 나달 3-1로 꺾고 8강 합류

닉 키르기오스(호주)가 2일(한국시간) 윔블던테니스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을 상대로 강력한 서브를 구사하고 있다. 키르기오스는 지난해 윔블던 주니어 단식 16강전에서 정현(수원 삼일공고)에게 2-0으로 무릎을 꿇었으나 1년 만에 시니어무대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윔블던=신화 뉴시스
닉 키르기오스(호주)가 2일(한국시간) 윔블던테니스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을 상대로 강력한 서브를 구사하고 있다. 키르기오스는 지난해 윔블던 주니어 단식 16강전에서 정현(수원 삼일공고)에게 2-0으로 무릎을 꿇었으나 1년 만에 시니어무대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윔블던=신화 뉴시스

테니스의 ‘원조’ 윔블던 대회와 단일종목 지구촌 최대의 축제 월드컵은 물과 기름 같은 상극(相剋)의 존재다.

6~7월 사이에 열리는 웜블던과 월드컵은 도저히 흥행을 함께 구가할 수 없는 ‘제도적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6월 중순에 개막해, 한 달간 지구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흡입력을 자랑한다. 반면 6월말에 문을 여는 윔블던 테니스도 거의 같은 시기에 클라이 막스를 향해 줄달음 친다. 실제 2014 브라질 월드컵이 5,6일 8강전을 예고했지만 이날은 윔블던 남녀 단식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윔블던은 월드컵을, 월드컵은 윔블던을 ‘저주’할 수밖에 없다. 서로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분산되는 탓이다.

2일 브라질 월드컵 8강 대진이 확정되는 순간, 대서양 반대편 영국에서 열리는 윔블던 테니스에서도 때마침 빅 뉴스가 터져 나왔다. 와일드 카드를 받고 출전한 열 아홉 살의 신예 닉 키르기오스(호주)가 랭킹 1위이자 윔블던 통산 2회 우승한 라파엘 나달(스페인)을 세트스코어 3-1(7-6 5-7 7-6 6-3)로 꺾었기 때문이다.

윔블던 데뷔전에서 8강에 이름을 올리는 대박을 터뜨린 키르기오스의 랭킹은 144위에 불과하다. 메이저대회에서 랭킹 1위가 100위권 밖의 선수에게 무너진 것은 1992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윔블던 3회전에서 짐 쿠리어(미국)가 193위 안드레이 올로브스키(러시아)에게 역시 1-3으로 패했다. 더구나 10대의 나이로 시니어 랭킹 1위를 침몰시킨 건 2005년 프랑스 오픈 4강전에서 나달이 로저 페더러(스위스)를 꺾은 이후 키르기오스가 처음이다. 윔블던우승고지에 3차례 오른 존 메켄로(미국)는 호주언론과의 인터뷰에서“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호주의 19살 신예 키르기오스에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한 랭킹 1위 라파엘 나달. AP 연합뉴스
호주의 19살 신예 키르기오스에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한 랭킹 1위 라파엘 나달. AP 연합뉴스

서브 에이스 37개를 포함해 위너샷 70개가 결정적인 승인이었다. 키 193cm에 몸무게 78kg의 키르기오스는 1세트 첫서브를 127마일(204km)로 꽂아 넣어 나달을 사지(死地)로 내몰았다. 키르기오스는 둘째 서브도 118마일(189km)에 달할 정도로 위력을 떨쳤다. 키르기오스는 나달의 주무기 탑 스핀이 걸린 포핸드 샷에 대해서도 오히려 백핸드로 역습을 가했다. 그는 10개의 백핸드 위너 샷을 성공시켰지만 나달은 단 2개에 그쳤다. 리턴 샷도 5개를 꽂아넣었지만 나달은 제로(0)에 그쳤다. 나달은 경기 후 “이런 표면(잔디)이 문제다. 서브가 좋은 상대는 잔디코트에서 더 강력해진다”며 “받아내기 힘들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는 “키르기오스가 나 보다 경기를 더 잘했다”고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나달은 이로써 2008년과 2010년에 이어 같은 해에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동시에 제패하는 3번째 ‘대업’을 이루려 했으나 물거품이 됐다. 또 최근 3년 연속 윔블던 8강행 티켓을 놓치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키르기오스-나달 이렇게 싸웠다. 송정근기자 zoo52@hk.co.kr
키르기오스-나달 이렇게 싸웠다. 송정근기자 zoo52@hk.co.kr

호주인 아버지와 말레이시아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키르기오스는 지난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주니어 단식 챔피언에 올랐고, 윔블던에서는 복식 우승컵을 차지하는 등 일찌감치 유망주로 인정받았다. 실제 키르기오스는 앞서 대회 2라운드에서 랭킹 14위 리샤르 가스케(28ㆍ프랑스)를 맞아 1,2세트를 내주고 패색이 짙었으나 내리 3,4,5세트를 따내는 대 역전 드라마(3-6 6-7 6-4 7-5 10-8)를 쓰기도 했다. 이번 대회 최연소 선수이기도 한 키르기오스의 생애 첫 5세트 접전이었다. 가스케와의 3시간53분에 걸친 사투에서 그는 특히 마지막 9개의 매치포인트를 끝까지 지키는 강심장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키르기오스는 자신과 경기 스타일이 비슷한 캐나다산 ‘핵서브’ 밀로스 라오니치(24)와 4강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이들은 5주전 프랑스오픈에서 만나, 라오니치가 3-0으로 이긴바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뉴스 A/S▶최강 나달 상대로 선보인 키르기오스의 묘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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