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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탄생하기까지… 하루하루 産苦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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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탄생하기까지… 하루하루 産苦의 기록

입력
2014.07.0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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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 외길 김언호 한길사 대표, 작년 일과 기록한 일기 책으로 엮어

"바람직한 책문화를 향한 고민 담아"

김언호 대표는 "세월호 참사는 성찰 없는 한국 사회에 대한 경고"라며 "인문학적 빈곤의 극복을 위해 문화복지 차원의 책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길사 제공
김언호 대표는 "세월호 참사는 성찰 없는 한국 사회에 대한 경고"라며 "인문학적 빈곤의 극복을 위해 문화복지 차원의 책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길사 제공

온통 책이었다. 다락방처럼 건물 꼭대기에 위치한 사무실은 책 천지였다. 책은 업무의 대상이자 휴식의 수단이며 공간을 꾸미는 장식품이었다. 책에 매달려 사는 책장이다운 공간이었다. 국내 출판계의 대표 인사 중 한 명인 김언호 한길사 대표를 1일 경기 파주시 문발리 한길사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해 하루하루를 기록한 일기로 엮은 책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를 최근 내놓았다.

김 대표는 1976년 출판계에 뛰어든 뒤 39년째 책 관련 일만 하고 있다. 3,000권 가량의 책을 만들었고, 출판단지인 파주출판도시 건설을 주도했다. 국내 대표적인 책 축제인 파주북소리의 창설을 선도했고 최근엔 24시간 개방으로 화제를 모은 새로운 개념의 도서공간 ‘지혜의 숲’ 개관을 이끌었다. 출판계의 일꾼이자 대표적인 아이디어맨이라 할 수 있다.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를 개인의 사소한 일상 기록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출판인 김언호의 파주일기’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책은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의 소소한 과정을 품고 있고, 출판계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반영한다. 한국 출판의 현실을 엿볼 수 있어 훗날 문헌으로서의 가치도 발휘할 수 있을 책이다. 김 대표는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과 파주북소리 조직위원장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1996년에도 ‘출판 일기’를 낸 적이 있다. 1985~1987년의 일기를 모아 낸 책이었다. “민주화 운동의 소용돌이가 치는 와중에 책 만드는 현장에서 매일매일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냈던 책이다. 김 대표가 18년이 지나 다시 출판 일기를 편 데는 “21세기에 또 다른 의미의 고뇌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계만능과 물질만능에 빠져 한국사회가 너무 가벼워진 상황에서 매일매일 책을 만드는 것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었어요. 저자와 출판사가 연대해 책을 만들면서 일어나는 일들, 파주 출판도시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독서운동들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은 기상한 시간부터 오전에 누구와 어떤 일 때문에 통화했는지, 점심을 함께 한 사람과 어떤 고민을 나눴는지 등 하루 일과를 시시콜콜하다 싶을 정도로 기록하고 있다. 파주북소리 등 독서 확대를 위해 벌인 여러 행사의 준비 과정이 세세히 드러나고 ‘지혜의 숲’을 개관하기 전 만나고 통화하고 의논했던 사람들의 면면이 등장한다.

“교보ㆍ알라딘ㆍYES24가 ‘대화’를 100부씩 주문해왔다”(35쪽)는 표현 등에선 시장 규모가 많이 축소된 한국 출판산업의 현실을 가늠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 책을 읽으면 책은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책과 관련해 이런 아이디어가 있고 책으로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할 수 있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젊은 출판인들에게 유용한 교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말하긴 싫지만 책 만드는 게 수지타산이 안 맞는 시대예요. 그래도 책을 쓰고 책을 만들고 책을 읽는 사람이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입니다. 1980년대가 딱 그런 시대였습니다. 21세기도 그렇게 가야지요. 책은 제 운명입니다. 아무리 현실이 힘들어도 출판을 중단할 수는 없어요. (이번 출판 일기는) 여러 출판인들과 손잡고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책문화를 창출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공동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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