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치클리드' 기억력, 최대 12일 달해
기억력이 안 좋은 사람을 묘사하는 말로 사용됐던 속어 ‘붕어대가리’를 함부로 쓸 수 없을 지도 모르게 됐다. 일반인들에게 2~3초로 알려진 금붕어의 기억력이 실제로는 최대 12일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3일 “캐나다 맥이완대학교 연구진이 금붕어가 최대 12일 전에 먹이를 먹었던 장소를 기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훈련 받은 금붕어 ‘아프리카 치클리드’가 먹이를 찾았던 곳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먼저 3일간 수족관 내부 일정 구역을 만들어 금붕어가 들어가도록 하고 먹이를 줬다. 그 후 금붕어는 12일간 휴식기를 가졌고, 연구진이 다시 훈련 받은 수족관에 금붕어를 넣었다. 연구진이 금붕어의 움직임을 추적ㆍ녹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이동 패턴을 분석해 보니, 금붕어는 전에 먹이를 먹었던 그 장소로 이동했다. 연구진은 “금붕어가 어디에서 먹이를 먹었는지 기억했다”며 “이는 금붕어가 이전에 했던 경험을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치클리드는 관상용으로 기르는 열대 담수어로, 암컷은 자기가 낳은 알을 보호하기 위해 입에 담고 다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 치클리드는 달팽이, 작은 물고기, 곤충, 식물 등을 먹이로 삼으며, 다른 복잡한 행동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과학자들은 아프리카 치클리드가 선호하는 먹이와 장소를 연결 짓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레버 해밀턴 맥이완대 교수는 “천적의 위험이 없고 먹이가 있는 특정 장소를 물고기가 기억할 수 있다면 물고기는 다시 그 지역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먹이 감소가 먹이 위치를 기억할 수 있는 종의 생존을 촉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먹이가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는 물고기는, 기억하지 못하는 물고기에 비해 진화상 우위를 갖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치클리드는 빠르게 진화한 종으로 유명하다. 특히,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대호수지역에서 지난 10만년 동안 새로운 종이 출현, 현재까지 1,650여종이 발견됐다.
이번 연구는 실험생물학학회(The Society For Experimental Biology)에 소개됐다. 해밀턴 교수는 물고기의 기억이 환경 조건이나 약제의 영향을 받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 게이오대 과학자들이 물고기가 작곡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클래식음악을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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