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카드가 이달부터 자사 카드모집인 수수료 체계를 확 바꿨습니다. 계약직인 카드모집인은 카드 발급 건수에 따른 발급 수수료(건당 1만원) 외에 사용실적 수수료를 받습니다. 아무리 카드를 많이 발급해도 사용실적이 없으면 카드사에게는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죠. 농협카드는 매월 10만원 이상 사용을 하면 1만원씩 지급하던 사용실적 수수료를 20만원 이상 사용해야 지급하는 걸로 바꿨습니다. 또 30만원 이상 사용 때 수수료도 2만5,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대폭 낮췄습니다. 반면 50만원 이상 사용했을 때는 수수료를 3만5,000원에서 4만원으로 높였습니다. “카드를 발급한 뒤 회원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한쪽은 낮추고 한쪽은 높였으니 언뜻 보면 균형이 맞는 듯도 합니다. 하지만 카드모집인들은 수수료가 턱없이 줄었다고 울상입니다. 예컨대 예전에는 매달 10만원씩 쓰는 카드 100장을 발급하면 모집인은 발급수수료(100만원)와 사용실적 수수료(100만원)으로 총 200만원을 벌 수 있었지만, 이달부터는 발급수수료 100만원만 받게 되는 겁니다. 수수료가 반토막이 난 겁니다. 발급수수료마저도 정보유출에 따른 3개월 영업정지 이전 평균 발급건수의 70%를 넘겨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습니다. 영업정지 전에 100장을 발급했다면 최소 70장 이상 발급하지 못하면 수수료는 단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겁니다. 한 카드모집인은 “카드 회원들이 대부분 월 10만~30만원 정도를 쓴다. 수입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고 푸념을 합니다.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라지만 수수료를 바꾼 데는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영업정지 3개월치 임금을 전액 보전해주기로 하면서 손실이 생기자 모집인 수수료를 통해 충당하려는 꼼수라는 겁니다. 농협카드는 자사 모집인 700여명의 임금을 보전해주는 대신 올해 10월까지 계약을 유지하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영업을 하지 않고도 임금만 챙긴 뒤 다른 카드사로 이직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수료를 포기하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농협카드에 남아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금융당국은 불공정 계약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농협카드에 시정조치 등을 검토 중입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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