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지루한 박스권
변동률 25년 만에 최저
탈출구는 없나
답답하고, 지루하다. 코스피지수가 1,900~2,050의 박스권에 꽁꽁 갇힌 지 벌써 3년. 증권사들이 때마다 쏟아내는 장밋빛 전망은 번번이 빗나갔다. 올 들어서도 8차례나 2,000선을 돌파했지만 채 열흘을 버티지 못하고 미끄러졌다. 특히 올 상반기 코스피 변동률은 25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르거나 내리거나 소폭에 그쳤다는 얘기다. 지칠 대로 지친 개미들이 서서히 시장을 등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21포인트(0.16%) 내린 1,999.00으로 마감했다. 차익 실현에 나선 기관(1,247억원 순매도)을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350억원과 1,007억원 순매수하며 막았지만 지수 2,000을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날 올라섰던 2,000선을 하루 만에 다시 내주고 만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4월18일(2,004.28) 올해 처음으로 2,000선을 넘어선 이후 안착하지 못하고 1,900선을 오가고 있는 상황. 가장 오래 2,000대를 유지한 것은 5월14일(2010.83)부터 26일(2010.35)까지로 단 9거래일뿐이었다.
그렇다고 하락폭이 대단히 컸던 것도 아니다. 2월4일(1,886.85)과 5일(1,891.32)을 제외하고는 올 들어 1,900선 아래로 내려간 적은 없다. 상반기 내내 지수 1,900과 2,000 즈음에서 오간 것으로, 그 만큼 역동성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1990년 이후 코스피 일일 등락률의 표준편차를 계산한 결과, 올 상반기 코스피 변동성은 0.662로 나타났다. 이는 1990년 이후 최저 기록. 표준편차가 낮다는 건 그만큼 변동성이 적다는 의미다. 특히 2011년 하반기(2.065) →2012년 상반기(1.043) →하반기(0.989) →2013년 상반기(0.813) →하반기(0.737) 등으로 갈수록 변동성이 축소되는 추세다.
실제 코스피는 2011년 하반기부터 1,900~2,050 안에서만 움직이는 지루한 랠리를 계속하고 있다. 2011년 5월2일 역대 최고치인 2,228.96을 기록한 이후 종종 2,000포인트를 넘어서긴 했지만 2,050 문턱에서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외 상승동력과 하락원인이 교차한데다가, 환율변수에 저성장, 내수불안까지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변동성이 떨어졌다”며 “기업들의 이익 창출만이 아닌 강력한 내수 부양책 등이 추가돼야 코스피가 2,000대에 안착하고 2,050의 벽을 깰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는 않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최근 내놓은 하반기 평균 코스피 전망치는 가장 낮게는 1929.44, 가장 높을 경우에는 2216.67였다. 지난해 말 전망치보다 150포인트나 내려갔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를 이끌던 수출 모멘텀과 함께 세월호 참사로 내수시장까지 침체된 상황”이라며 “삼성전자 등 기업 실적도 작년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아졌으나 시장 전망치보다는 떨어져 증시에는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장기간 박스권에 갇힌 원인을 코스피의 구조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코스피 상장사는 최근 15년 동안 종목수(900개 내외)가 정체돼 있고 시가총액도 3년간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올해는 연초대비 종목수가 6개 감소했을 정도다. 특히 코스피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종목들은 정유 화학 플랜트 자동차 반도체 등 장치산업. 최근처럼 저성장 기조에서는 대규모 설비투자 등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증시 상승을 위한 호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인당 국민소득 연 2만달러 이하일 때 성장을 주도했던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중후장대형 산업을 대처할 만한 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코스피도 자연스레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장치산업도 이젠 해외보다는 국내투자를 늘려 내수활성화와 소득증가를 유도해야 한다”며 “동시에 코스피 시장을 이끌 신규 기업이 등장하도록 소프트산업 등을 육성해야 코스피가 한 단계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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