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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시의원, "부동산 용도 변경" 뇌물…무산되자 청부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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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시의원, "부동산 용도 변경" 뇌물…무산되자 청부 살해?

입력
2014.07.0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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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증축 원하던 피살자에 용도변경 약속, 공청회까지 했지만 무산

"친구야, 아무 말도 하지 말자" 김 의원, 유치장서 쪽지 까지

청부살인 혐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형식 서울시의원. 사진은 모교에 소개된 자료. 한국일보 자료사진
청부살인 혐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형식 서울시의원. 사진은 모교에 소개된 자료. 한국일보 자료사진

60대 재력가 청부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시의원 김형식(44ㆍ구속)씨가 송모(67)씨의 토지 용도변경을 약속했다는 진술이 확인되는 등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정황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김씨는 용도변경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김씨가 용도변경이 무산되자 6?4지방선거에서 낙선시키겠다는 협박을 받고 송씨를 살해교사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1일 서울시의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씨는 2010~2011년 송씨에게 5억2,000만원을 받을 당시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위원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었다. 이날 경찰은 “시의원이라도 용도 변경에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했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구청이 입안한 토지 용도변경안을 심의하는 기구여서 관여가 가능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최근에는 많이 투명해졌지만 과거 재건축, 재개발이 성행하던 시기에 이권이 걸려 있어 도시계획위원의 비리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서울시 부시장이 위원장이며 서울시 공무원 3명, 시의원 5명, 교수 연구원 등 총 26명으로 구성된다.

건물주 송씨와 수년간 함께 일해온 건축사 H씨는“송씨로부터 김의원이 6ㆍ4지방선거 전에 송씨가 소유한 S빌딩이 있는 일대 토지 용도를 변경해주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경찰에 증언했다. H씨가 지난해 9월 서울시 토지이용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한 결과 이 지역은 ‘용도변경안 입안 중’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송씨 소유의 S빌딩이 들어선 땅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어서 증축과 개발에 제한을 받는다. 이 지역을 상업지구로 용도 변경하면 현재 4층에서 20층까지 올릴 수 있고, 용적률도 250%에서 800%까지 올라 수천억원의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용도변경은 되지 않았다. H씨는 “지난해 12월 다시 확인했을 때는 입안 중이라는 표시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해당 구청 관계자는 “용도변경에 대한 주민 민원이 다수 발생해 공청회를 진행했으나 공항이 인접해 고도제한을 받는데다 투기 과열이 우려돼 중단했다”고 밝혔다.

송씨는 변을 당하기 직전까지도 용도변경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송씨가 둘째 아들에게 “손을 잘 써서 잘 처리했으니 이번에는 될 거다. 돈이 더 필요할 수 있어 현찰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살해되기 이틀 전인 올해 3월 1일 송씨는 5만원권으로 1억원을 준비, 사무실 금고에 넣어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씨가 성공보수를 준비할 정도로 송씨를 안심시켜놓고 친구 팽모(44)씨를 시켜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재선을 노리는 시의원이 5억2,000만원 때문에 청부살인을 했다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뇌물수수 폭로가 두려웠다면 다른 사람에게 빌려 갚으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주변인들은 “김씨가 2010년부터 시의원으로 있으면서 서민 중심의 정책을 펴 오히려 건설업자들의 불만이 높았다”고 말하고 있다. 용도변경이 추진됐던 것은 사실이나 김씨가 용도변경에 관여했다는 물증은 없다. 경찰은 둘 사이에 다른 돈 거래가 있었는지, 피해자가 김씨의 원한을 사는 일이 있었는지 등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씨는 이날 입을 다물었다. 경찰 관계자는 “30일까지만 해도 ‘집 앞 공중전화나 대포폰으로 팽씨에게 연락하긴 했지만 그냥 친구끼리 안부전화였다’고 말하는 등 범행을 적극적으로 부인한 김씨가 현재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진술이 자신에게 불리할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함께 구속된 팽씨에게 유치장에서 “미안하다 친구야.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며 묵비권 행사를 부탁하는 쪽지를 건네기도 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송씨가 올해 1월 말에도 김씨의 술값을 대신 내주고 사건 발생 이틀 전에도 김씨의 부탁으로 산악회에 수건 300장을 후원하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며 “살해 동기가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경찰은 김씨가 2012년 10월쯤 시의원에 출마할 수 없을 정도로 압박을 느껴 송씨 살해를 사주했다고 하지만 올해 6월 선거와 너무 먼 시점”이라면서 “돈이 궁핍한 팽씨가 수천억원대 자산가인 송씨에게 돈을 뜯어내려 하다가 살해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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