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해외 무력행사의 길이 열렸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는 어제 각의에서 집단적자위권 행사가 ‘평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새로운 헌법해석(정부 견해)을 채택했다. 이로써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일본에 대한 공격뿐만 아니라 동맹국(미국)에 대한 공격에도 자위조치의 일환으로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런 변화로 동북아 안보정세를 요동치게 하고, 그 여파가 한반도에 곧장 밀려들리란 점에서 우려된다.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는 미일 군사동맹의 내실을 강화하는 직접 효과를 가진다. 미국이 어제 일본 정부의 결정에 즉각적 환영을 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일본 자위대의 활동영역 확대에 따른 일본의 군사력 증강도 필연적이다. 현재 미일 동맹의 최우선 목표가 중국의 세력확장 견제라는 점에서 중국의 반발은 불을 보는 듯하다. 급속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군사력 증강에 힘써온 중국이 추가적 군비증강으로 치닫기에 충분하다. 남북의 군사대치 상황에 덧붙을 미일 동맹과 중국의 군사적 경쟁은 잠시도 한 눈을 팔기 어렵다. 우리 정부와 군에 고도의 주의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번 변화의 정치적 상징성도 우려를 낳기에 족하다. 아베 정권의 어제 결정은 일본 우파의 숙원인 ‘보통국가화’ 내지 ‘전후 체제 결산’, 그 제도적 근거인 헌법 개정의 출발점이자 교두보다. 아베 총리는 3월 국회 답변에서 “헌법이 점령군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전후 체제를 탈피해 현재의 세계 정세에 맞는 새로운 일본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의욕과 정치적 성공을 떠받쳐온 일본 우파의 지향점에 비추어, 일본 안에서 현재의 변화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한 개헌과 ‘전후 체제 결산’은 질주하듯 이뤄질 가능성까지 있다.
문제는 일본 우파의 ‘전후 체제’ 탈피가 역사 정당화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는 점이다. 일본이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자세에서 벗어나 역사 정당화 주장까지 서슴지 않은 게 현재 한일 양국 갈등의 근본 원인이다. 따라서 일본의 보통국가화에 탄력이 붙을 경우 한국과 중국과의 역사 갈등은 한결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한국이 그 동안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인정 움직임을 경계해 온 주된 이유도 일본의 역사 반성과 사죄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런 우려와는 별도로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일본이 갑자기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바뀌었다거나 한반도에 무력으로 진출할 길이 열렸다는 등의 시각은 사실관계 인식에서부터 허점투성이다. 집단적자위권은 유엔 헌장(51조)이 개별적자위권과 함께 인정한 주권국의 당연한 권리다. 다만 일본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자위를 위한 정당한 무력행사’를 개별적자위권에만 한정해 적용해 왔다. 또한 집단적자위권의 행사가 개인의 정당방위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요건과 범위에 제약돼 있는 것이 국제법과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경계를 늦추지 않되 흥분하지 말고, 날로 커지는 일본 내부의 반대론을 지켜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합당한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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