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조작의 시대 수많은 거짓 이미지 무비판적 수용
서울 도심 상공에 UFO가 유유히 날고 있다. 아마추어 사진가가 찍은 사진에 우연히 포착된 이 장면, 당신은 어디까지 믿겠는가?
사실 이 장면은 광화문 세종대왕상을 찍은 사진에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UFO 이미지를 합성한 것이다. 아쉽게도 본보 사진부 기자에게 UFO를 포착하는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다.
SNS를 통해 지인 100명에게 UFO 사진을 보내보았다. 사진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했다. 단지 30여 명 정도만 ‘혹시 새 아니냐?’ ‘설마…’처럼 믿지 못하겠다거나 ‘우와~ 정말이야?’ ‘이거 직접 찍으신 거에요?’ 등 관심을 보였고 나머지는 답신조차 없었다. 나중에 조작된 이미지임을 알고 나서도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거나 아예 무시했다.
이미지 조작은 이제 더 이상 놀랍거나 충격적이지 않다. 도심의 UFO사진을 보면서도 분명 조작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 없이 많은 이미지 조작에 노출되어온 피해자로서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누구나 이미지 합성 수정 범죄에 이용하고 돈벌이에 악용
디지털 영상기술의 발달로 이미지를 쉽게 합성하고 수정할 수 있게 되면서 이미지 조작을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청주지방 검찰청은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판결문을 위조하고 송달료 등을 가로 챈 법무사 사무실 직원을 구속했다. 서울의 한 지자체 공무원들은 불법 건축물 사진을 정상인 것처럼 조작해 단속을 면해주고 뒷돈을 받다 적발 되기도 했다. 네티즌의 관심을 끌기 위해 특정 연예인의 얼굴을 누드사진과 합성해 유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남의 눈을 속이는 경우도 흔하다. 온라인 쇼핑몰에 등장하는 모델 사진은 대부분 신체 특정 부위를 늘이거나 홀쭉하게 만든 것이다. 이력서용 사진 잘 찍는 스튜디오와 못 찍는 곳은, 호감 가는 얼굴을 만들 수 있는 포토샵 숙련자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보정과 수정이라고 주장하지만 명백한 눈속임이다.
눈속임은 단순한‘뽀샵’을 넘어 허구의 이미지를 만드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음식점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음식 맛이 뛰어난 것처럼 꾸며 포스팅해주는 파워 블로거들의 경우가 그렇다. 경기 안산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 모(51)씨는 몇 년 전부터 파워 블로거를 활용한 광고 아닌 광고를 하고 있다. 실물보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 사진과 칭찬 일색의 댓글들이 블로그에 게시된 후부터 매출이 몇 배로 늘었다. 박씨는 “포털의 맛 집 검색순위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매달 1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며 만족해 했다. 아예 포털 사이트 검색에서 상위에 노출되도록 해주겠다며 광고하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일부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공간이 넓어 보이도록 실제보다 작은 가구를 들여놓고, 쇼 윈도우 속 마네킹의 비현실적인 몸매는 오히려 그 반대가 어색할 정도로 우리 눈에 익숙하다.
조작된 이미지를 무신경하게 받아들이는 사이 우리는 부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넘쳐나는 가짜들 사이에서 진실이 외려 의심을 받게 된 것이다. 보이는 대로 다 믿을 수는 없는 세상이다.
만약 지구를 노리는 외계인이 있다면 지금이 적기가 아닐까? 도심 상공에 나타난 UFO를 그대로 믿을 지구인은 몇 안 될 테니까.
사진부기획팀=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