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바보인가. 총리 후보 낙마는 인사 실패 탓이다. 쓸데없이 검증 체가 고와서가 아니다. 입맛에 맞는 자의 흠이 지나치게 컸다. 청와대한테서 뺨 맞은 청문회가 억울할 만하다.
“대통령이 총리 후보를 고르고 검증하고 청문회를 통과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의당 해야 할 일이다. 한데 ‘더 시킬 사람이 없으니 마음대로 해라’는 식으로 나오는 건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행위다. (…) 더 기가 막힌 건 인사 실패의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과 야당에 손가락질을 하고 애꿎은 청문회 제도에 분풀이를 하고 있다. (…) 박 대통령의 편협한 인사에서 비롯된 책임을 청문회로 돌리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심지어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이런 식의 검증으로는 예수가 와도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변한다. (…) 마음에 드는 인물만 골라 쓰려다 보니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게 더 솔직하지 않을까. 손바닥만한 수첩을 큼지막한 대학노트로 바꾸면 훌륭한 인물은 얼마든지 많다. (…) 정치인은 야심이 많아 감당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꺼리고 진보성향의 인사는 사사건건 반대할까 봐 제쳐놓으니 인물난을 겪는 거 아닌가. (…) 이번 공세는 장관 후보자 8명에 대한 국회청문회를 앞두고 미리 방어막을 쌓으려는 의도가 짙다. 아닌게아니라 후보자 가운데는 비리 전력자가 수두룩하다. (…) 국민의 눈높이에 턱없이 부족한 사람들만 골라놓고 청문회 탓을 한들 호응이 있을 리 만무하다. 논문 표절, 병역 특혜,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등 온갖 탈법과 편법을 써서 부와 명예를 얻은 이들이 과거의 관행이란 말로 넘어갈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예수도 청문회 통과 못한다고?(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이충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물론 지금의 인사청문회 제도가 완벽은 고사하고 신상털기식이고 망신주기식이고 여론재판식인 측면이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인사청문제도가 일정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곧바로 아무나 총리를 하고 아무나 장관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정당화하는 건 결코 아니다.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전에 몇몇 기자들이 조금만 눈 여겨 살펴보면 집어낼 수 있었던 문제점들을 청와대가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는 건 어떤 이유로도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 지금 여권의 행태는 그냥 쓱 봐도 문제가 많은 인사들을 총리ㆍ장관 후보로 내놓고선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을 향해 “털어서 먼지 안내는 사람 어디 있느냐”고 도리어 역정을 내는 꼴이다.”
-염치를 생각한다(한국일보 ‘36.5°’ㆍ양정대 정치부 기자) ☞ 전문 보기
사람은 많다. 대통령 수첩이 작을 뿐. 무능을 인정하고 독점을 포기하라는 공격은 이제 지겹다. 국회와 교감하라는 조언은 아직 유효하다. 정치인 총리는 버겁지만 대안이 마땅찮다.
“정치인 외교부 장관도 괜찮을 판에 박 대통령은 왜 정무적 일이 더 많을 국무총리에 여의도 사람들을 멀리할까. (…) 여권은 지금 총리 정국의 난맥이 인사청문회 때문인 것처럼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김용준·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자 가운데 청문회에서 낙마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청문회 문화가 비생산적인 건 맞지만 신상털이가 지나쳐 총리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맞는 얘기가 아니다. 총리 하라면 여의도엔 손들 사람이 많다. (…) 율곡 이이는 ‘성학집요(聖學輯要)’에서 국가경영을 창업(創業)과 수성(守成), 경장(更張)의 세 시기로 나눴다. 창업은 정권을 여는 것, 수성은 지키는 것, 경장은 개혁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금 어떤 시기일까.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은 국가개조를 다짐해왔다. 경장의 시기다. (…) 그런데 국가개조를 다짐하면서 인사는 ‘유임’, 즉 ‘수성’에 힘쓰는 듯하니 메시지가 뒤죽박죽 된 느낌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의도 총리’(중앙일보 ‘강민석의 시시각각’ㆍ정치부 부장대우) ☞ 전문 보기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지만 대통령의 보좌관은 아니다. 안ㆍ문 후보는 총리 지명을 받았을 때 왜 국회 동의를 얻도록 힘쓰겠다고 좀 더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대통령은 국회 동의를 얻으라는 86조 1항을 국회의 정치 세력들과 교감하고 조율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 대통령은 총리 임명 때 자신에게 인사 독점권이 없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 프랑스도 대통령이 의회의 동의를 얻어 총리를 임명한다. 이 때문에 프랑스 대통령은 대개 의회에서 총리감을 찾는다. 프랑스 현대사에서 선거로 뽑힌 공직자가 아닌 사람이 총리가 된 경우는 드물다. (…) 대법관ㆍ교수ㆍ관료ㆍ언론인도 총리 자리에 손색없는 엘리트 후보가 많을 것이다. 그런 분들도 ‘전관예우 프레임’ ‘역사관 프레임’에 갇히면 꼼짝 못했다. (…) SNS 거미줄은 뿌리칠수록 더 휘감기는 프레임 족쇄가 됐다. 특히 선출직 경험이 없는 후보는 거미줄 프레임에 약했다.”
-‘7월의 프레임’(조선일보 ‘김광일의 태평로’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박근혜의 지지층이 떠나고 있다. 대통령은 의심한 적 없었을까. 팬들의 사랑이, 존경이 아니라 연민일 수도 있음을. 착각 속에 그는 고독을 즐겼지만, 외로움이 고통이 될지 모른다.
“나흘 전(6월 2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2주 전 47%에 이어 42%로 다시 내려앉았다. (…) 그의 지지율은 세월호 참사 같은 비극에도, 경제 상황의 답보에도, 몇 차례에 걸친 인사(人事) 혼선에도 별로 흔들리지 않았다. 경상도, 50대 이상, 일부 여성층의 어쩌면 태생적이고 맹목적이며 보수 일변도인 충성 때문이었다. 이 완고한 지지는 반드시 박 대통령이 정치를 잘해서, 그의 정책이 옳고 훌륭해서, 그의 자질과 능력이 우수해서 형성된 것이라기보다 다소의 실책과 잘못이 있다고 해도 ‘박근혜 아니면 대안(代案)이 없다’ ‘좌파가 나라를 흔들게 놔둬서는 안 된다’는 기대와 옹호가 그 배경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 그동안 부풀려진 보수층의 박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가 점차 현실감을 되찾고 냉정한 바탕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시사점이다. 60%대를 넘나들었던 지지율은 박 대통령을 오판(誤判)하게 하거나 착각하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을 것이다. (…) 하지만 이것이 박 대통령을 자만과 불통(不通)의 길로 가게 하고 있는 것이다. (…) 그동안 많은 보수층 인사와 여권 정치인이 박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인사, 정치권에 대한 독선적 행보, 역대 어느 정권보다 심한 권위주의적 행정 등에 비판적 시선을 보내며 개선과 변화를 기대해 왔지만 박 대통령은 지금껏 들은 척도,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혼자’를 즐기다가 그야말로 ‘혼자’가 되기 직전이다.”
-“대통령님, 더 이상 이러시면 안 됩니다”(조선일보 기명 칼럼ㆍ김대중 고문) ☞ 전문 보기
“박근혜 대통령은 참 독특하다. 가여워하는 국민이 여전히 많으니 말이다. ‘혈혈단신(孑孑單身) 대통령, 가엽지 않니.’ 6·4지방선거 때 나이 든 부모로부터 이런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받은 30∼50대 지인이 적지 않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60대 이상의 대통령 지지도는 80∼90%대. 이 ‘가엽지 않니’ 표(票)가 여당의 참패를 막았다. 해외순방 비행기에서 홀로 내리는 대통령 모습마저 안쓰럽다. ‘가여운 대통령이 이 나라를 잘 이끌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라고 정성 어린 기도도 한다. 기자의 어머니도 그렇다. 그 기도가 그들에겐 애국이다. 어머니를 봐서 나도 기도 한번 하겠다. (…) 해외순방의 시차를 빨리 극복하도록 도와주소서. 단전호흡으로 단련돼서 물리적 시차(時差)는 문제없을 것이다. 국내외에서 달리 보이는 시각, 시차(視差)가 늘 문제다. (…) 해외에서 본 대한민국은 성공한 나라다. 그러나 입국 순간 ‘원더풀 코리아’는 사라진다. (…) 헌정 사상 유례없는, 경질 총리의 유임 결정에서 대통령의 시차 후유증이 느껴진다. ‘마이 웨이(my way)’의 조짐도 보인다. 귀를 크게 열어 널리 인재를 모으도록 도와주소서. 이 정부 인사(人事)는 임명 전에는 ‘누가 중용될지’ 알기 어렵고, 임명 뒤에는 ‘왜 중용됐는지’ 더 알기 어렵다. 비판하다가 지친 기자들에게서 측은지심을 유발하는 수준이다. ‘이런 인물은 어떠냐’는 공개 천거 칼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 이 기도는 무시당해도 섭섭할 것 없다. 단, 대통령을 ‘가여운 딸’처럼 염려하는 어머니들의 간절한 기도가 외면당해선 안 된다. 그 실망감, 배신감은 무엇보다 클 것이다.”
-‘가여운 대통령’을 위한 기도(동아일보 ‘광화문에서’ㆍ부형권 정치부 차장)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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