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단적 자위권 허용 결정'의 의미 日 5년간 방위비만 240조원-中도 무기 현대화 박차 북핵-영유권 문제까지 산적한 한국은 '발등의 불'
2014년 7월 1일. 아베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 허용을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함으로써 일본은 ‘전쟁 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1948년에 남(미국)이 만들어준 헌법이 족쇄가 돼 군대도 보유할 수 없는 비정상 국가로 60년 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아베 같은 보수세력에게 이날은 일본이 전후 처음 비로소 정상으로 돌아온 축하할 날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세계 강대국 파워게임의 장이던 동북아시아는 이날 군비 경쟁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아시아 중시’를 내세운 미국과 동ㆍ남중국해로 거침없이 세력을 확대하는 중국, 핵무장하는 북한에 이어 상자의 마지막 빗장을 연 것은 일본이다.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는 이날 ‘일본의 강한 헌법’이란 기사에서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용인은 인접국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대응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군비 확충에 한중이 맞대응 할 경우 ‘세계의 무기고’라 불릴 정도로 경쟁이 심한 동북아에서 유례없는 군비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베 정권의 방위 예산은 해상전력 강화를 위해 일본이 사실상 중국과 군비 경쟁에 돌입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베는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일본 국방비 증가율은 0.8%에 불과하지만, 이웃 나라는 1989년 이후 늘 10%가 넘고 총 국방비 규모도 두 배나 많다”고 중국 위협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일본 예산을 뜯어보면 향후 5년간 동북아 군비 경쟁은 일본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국방연구원이 내놓은 ‘일본의 방위력 증강 동향과 안보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확정한 ‘방위계획대강 2013’을 통해 향후 5년간 24조7,000억엔(240조원)을 방위비에 쏟아 붓기로 했다. 240조원 대부분은 신형 무기 획득에 투입된다. 대기권 밖에서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SM-3 미사일을 탑재한 첨단 이지스함 2척, 신형 스텔스 F-35전투기 28대, 최신형 잠수함 6척, 다목적 오스프리 항공기 17기 등이 새로 도입될 대표적인 신형 무기다.
국방연구원은 “전력 확충이 마무리되면 일본 해상자위대의 수상 및 잠수함 전력은 아시아 최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이어 기존 ‘16척 체계’에서도 “아시아에서 일본 잠수함 전력을 상대할 나라는 없다”고 해상자위대 간부가 자랑했던 사례를 소개한 뒤 “6척이 추가돼 22척을 운용하면 일본은 잠수함의 나라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방연구원은 아베 정권이 기존 자위대 편제에 없는 해병대 전력 구축에 나선 것에도 주목했다. 센카쿠, 오키나와에서 중국과 분쟁이 벌어질 때 미 해병대 없이 자력으로 해결할 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중순 오키나와 요나구니섬에는 육상자위대 연안감시부대 착공식이 있었다. 거기서 북쪽으로 약 160㎞ 떨어진 곳에 이날 각의결정에서 무장집단 상륙시 자위대 대처가 가능하도록 한 센카쿠 열도가 있다.
직접 군비 확충 이외에도 일본은 ‘무기수출 금지’원칙 완화를 이용해 중국에 불편한 관계의 제3국에 무기를 판매해 역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 제인스 디펜스는 대표 사례로 최근 일본이 중국과 국경 분쟁을 겪은 인도 해군에 수륙양용 구조선을 판매한 것을 꼽았다.
중국은 아베 정권 이후 인민해방군의 무기 현대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국방예산은 지난해보다 12.2% 증가한 8,082억3000만위안(141조원)으로 책정했다. 국방 예산 증액분 가운데 대부분은 핵잠수함 부대를 포함한 해군력 강화에 투입할 예정이다. 구축함 지대(支隊), 호위함 지대 전력이 강화되고 수륙양용 상륙함과 보급선도 늘어난다. 공군의 경우 공중조기경보기, 대형 수송선, 전략폭격기 부대 등도 확대 개편된다.
미 국방부도 최근 펴낸 연례보고서에서 “중ㆍ장거리 미사일과 최신 항공모함 진수 등 인민해방군 전력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15년 정도 후에는 중국 국방비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재정적자로 국방 예산을 늘릴 수 없는 미국은 일본 재무장을 지원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기존 전력 중 동북아 배치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중국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발표한 4개년 국방 검토보고서(QDR)에서 2017년까지 육군 병력을 7만명(52만→45만명) 가량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도, 미 해군 전력의 60%를 2020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중점 배치키로 했다.
강대국의 군비 경쟁은 한국에 떨어진 ‘발등의 불’이다. 북핵 위협의 우선 순위가 여전히 높지만, 독도와 이어도 등 해양영유권 문제에도 대응할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해상전력 확충에 대해 국방연구원 허성필 전문연구위원은 “질적으로 우수한 잠수함 전력을 조기 도입하고 분쟁 현장에서 즉각 대응이 가능하도록 잠재적 위협국과 유사한 수준의 전력을 일정 규모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동을 걸어 마땅할 동북아 군비경쟁을 헌법으로 평화주의를 표방하는 일본의 아베가 부추기고, 이제 그 경쟁에 한국도 휩쓸려 들어갈 판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