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갈등에 협력사 고사 상태
공정거래조정원 진상파악 나서
비메모리반도체 업체 동부하이텍이 ‘갑(甲)질’ 시비에 휩싸였다. 협력업체에 공급한 부품 불량의 책임소재를 놓고 빚어진 협력업체와의 갈등이 1년 반 동안 이어지면서 해당 협력사는 사실상 고사 상태에 빠졌고,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기관인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관계자는 1일 “동부하이텍과 에이치기술이 공정거래 분쟁 신청이 접수됐다”며 “지난 주부터 양 측의 쟁점 사안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사의 만남은 당초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의 차원에서 출발했다. 동부하이텍과 에이치기술은 2011년7월 감시 카메라용 씨모스 이미지 센서 공동 개발 협력에 합의하고 2013년2월부터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들어갔다. 동부하이텍에서 제품에 필요한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제공하면 에이치기술에선 이 웨이퍼에 후공정 작업을 더해 마무리한 후 수출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양 측은 제품 양산 시점부터 충돌했다. 동부하이텍이 제공한 웨이퍼에서 발견된 문제로 수 차례 개선을 요청했지만 묵살됐고 오히려 단가 인상과 물량 출하 압박만 돌아왔다는 게 에이치기술 측의 설명이다. 에이치기술 관계자는 “동부하이텍에서 무리한 요구를 해왔지만 사업의 연속성 등을 고려해서 동부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불량 웨이퍼로 제작된 이미지 센서 때문에 급기야 중국으로부터 적지 않은 손해배상 청구가 들어오면서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에이치기술은 동부하이텍이 웨이퍼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던 만큼, 손해배상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에이치기술 관계자는 “동부하이텍은 고객들의 손해 배상 문제는 외면한 채 품질에 문제가 있던 웨이퍼 납품 대금만 받아가려고 회사에 가압류까지 걸었다”며 “이 소문이 퍼지면서 다른 고객들까지 거래를 끊으려는 통에 회사 운영이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에이치기술은 이번 문제로 약 55억원의 가량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동부하이텍은 초반 출하됐던 웨이퍼의 문제점은 인정하면서도 에이치기술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반응이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에이치기술의 품질개선 요청에 맞춰 품질을 개선해 1년여 동안 납품해 왔는데, 뒤늦게 품질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15년간 국내 중소 반도체설계업체와의 상생협력으로 시스템반도체 산업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고객사와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유감스럽다”고 해명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